[데스크 직격 인터뷰-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 “우리銀 매각 지금부터… 시장 반응 과거보다 좋아” 기사의 사진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31일 위원장실에서 우리은행 매각 방침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과점주주 매각 이후에는 정부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새 주주들에게 맡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희 기자
우리은행 매각 5라운드가 시작됐다. 네 차례 실패를 했지만 이번만큼은 지분을 통째로 파는 게 아닌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어서 달라진 분위기가 정부 안팎에서 감지된다. 공적자금 회수의 민간 사령탑으로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함께 매각 공고를 진두지휘한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을 지난 29일 서울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예금보험공사빌딩 내 사무실로 찾아갔다.

"건드리지 말아야 될 게 개학을 앞둔 대학교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요. 또 동창회 갔다 온 마누라도 마찬가지고요. 하하."

윤 위원장은 교수사회에서 회자되는 이런 농담을 우리은행 매각 카운트다운에 임한 소감으로 대신했다. 이번에도 역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표현으로 들린다.

-우여곡절 끝에 매각 공고를 냈으니 기대해봐도 좋은가.

“이제 겨우 매각 공고를 낸 것이다. 이제 시작인데, 곧 투자의향서부터 받아야 하는데 얼마나 입찰에 참여할지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은행 쪽은 무척 고무돼 있던데.

“해외 로드쇼 등을 하면서 시장 반응이 나아졌다는 걸, 과거와 다르다는 걸 느낀 거 같다. 은행주가 좀 좋아졌다고 할까. 우리은행 자체 성과도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이고 외신들을 보면 배당주에 대한 선호도가 대단하다. 예금금리가 0%, 0.5% 이런데 배당 2∼3%만 줘도 좋은 주식이다. 예전엔 가격 안 오르면 안 좋은 주식이라고 했는데 요즘엔 가격 신경 안 쓰더라도 배당 잘 주는 주식이 아주 좋은 주식으로 평가받는다. 수요 기반이 좀 더 나아진 것이다.”

-지난번 입찰에 참여했던 중국 안방보험은 어떤가.

“거기는 진짜 모르겠다. 따뜻해지기도 했다가 식기도 했다 그러는가보다. 어차피 주가가 왔다 갔다 하고 상황에 따라 밸류에이션도 달라지므로 사려는 분들의 생각도 그런 분위기를 타는 것 같다. 사드 영향을 받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12조7000억원)을 다 회수하려면 주당 1만3000원은 받아야 하는데. 현재 1만600원선이다. 매입 희망자들이 이 가격 밑으로 부르면 어떻게 되는지.

“입찰받을 때쯤 미니멈을 제시하려 한다. 어느 정도 갭에 대해서는 조금 감안해야 한다. 정부 지분 21%가 있기 때문에 나중에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주가가 오르면 보충이 될 것을 감안했다. 정부보다 많은 30%의 지분을 가진 분들이 중심이 돼 사외이사 임명하고 해서 은행 경영을 좀 주도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면 좋겠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예보와의 경영 정상화 이행약정(MOU) 해지가 큰 의미를 지닌 것 같다.

“정부는 MOU를 해지하고 지분 21%를 가진 재무적 투자자처럼 되는 거다. 손을 떼고 새로운 투자자들이 중심이 돼 독립 경영을 하라는 의미다.”

-그래도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정부 의지가 정말 강하다. 이렇게 새로 좋은 그림을 그려보고 정책적인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 주주들이 잘 경영해 은행 가치를 올리고 돈도 좀 많이 벌고, 좋은 은행 만드는 쪽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자는 의지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MOU를 해지하겠다고 못 박은 것이다.”

-우리금융 당시 알짜 자회사들 다 팔고 은행만 남았는데 신한, KB금융 등 경쟁 지주회사들은 시너지 효과를 위해 증권, 보험 인수했는데 우리은행이 경쟁력이 있을지.

“공적자금 회수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 강화는 새 주인이 앞으로 알아서 할 문제다. 예보가 우리은행에 12조원을 넣고 회수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 과정에서 물론 우리은행 잘돼서 많은 돈 회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키워서 마르고 닳도록 끌어안고 가면서 크면 같이 이익 보겠다는 건 아니다. 그동안 네 차례 지주회사를 통째로 팔려고 보니까 도저히 적임자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자회사를 매각해 은행만 하나 남기면 그만큼 덩치가 줄어서 팔기 편해지는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는 우리은행 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간 것인데, 이건 좀 다른 얘기다. 그땐 공적자금 조기 회수적 관점을 염두에 둔 거라고 봐야 한다. 참 어려운 일이다.”

-작년에 중동 자본이 구매자로 나섰는데.

“유가가 폭락해 펀드들이 투자했던 걸 팔고 돈을 회수해서 재정을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 되니까 갑자기 연락도 없어진 것이다.”

-중동은 국민 정서상 거리낌이 있지 않았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부펀드여서 지분을 사면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경향이 있고, 심하게 개입하거나 어렵게 만들고 하는 곳은 아니다. 우리가 UAE 원전도 있고 건설사도 많이 진출해 있는 점이 감안됐다. 그쪽 지분이 들어왔다고 하면 긍정적으로 우리 금융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도 있어서 상당히 많은 걸 고려해 연결고리를 만들려고 했던 거로 알고 있다.”

-예보의 공적자금은 은행들 부실을 메우는 것인데, 산업은행 등이 대우조선해양에 쏟아부은 돈은 또 다른 공적자금이다. 예보처럼 엄정하게 했다면 부실 덩어리가 되지는 않았을 듯하다.

“큰 그림으로 볼 때 산은은 국가가 역할을 갖고 만든 것이다. 분식회계 등 문제는 되고 있지만 회생이냐, 청산이냐는 참 어려운 결정이다. 선주들에게 은행들이 다 선급금 보증하고 배는 계속 수주가 돼서 이만큼 쌓여서 만들면 돈이 다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여기까지만 하고 딱 스톱시키면 선급금 다 물어줘야 한다. 서별관회의만 해도 그럴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알고 잘했어야지 하는 분들도 있다. 말은 쉽지만 책임 있는 자리에서 여기까지만 하고 청산하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제 느낌으로는 청산이냐, 회생이냐를 누군가가 마침표 찍는 식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는 표현이 미국에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원칙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 결과만 안 좋으면 누군가가 잘못한 거라고 하는데 너무 가혹하다. 큰 그림을 보면 지원 결정 후에 결과가 안 좋았을 때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든 책임을 묻게 되면 총대를 메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금융산업 덩치에 비해 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 우간다보다 못하다는 소리도 듣는데.

“우간다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서베이 자료에서 우리 중소기업 벤처기업 쪽 하시는 분들이 은행에 대한 평가를 아주 박하게 해서 이를 가감 없이 반영한 결과가 우간다보다 못한 86등이 된 것이다. 극단적 케이스지만 객관적 지표만으로 평가한 것 중에는 4등짜리도 하나 있더라. 우리 금융산업에 대한 평가가 그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삼성전자, 현대차 같은 글로벌 다국적기업처럼 물건 만들어 팔면서 승부를 거는 것하고 돈 장사를 통해 전 세계를 통해 장악하는 건 조금 다르다. DNA가 좀 다른 것 같다. 금융업은 역시 크게 보면 식민지 경영도 해보고, 제국을 경영해봤다고 할까. 엠파이어라고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전 세계를 주름잡아본 경험 있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금융을 우리가 따라잡기는 힘들 것이다. 개발도상국 시절에 금융업이 제조업을 위한 시녀 역할을 해야 하는 구도에서 금융이 스스로 커갈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금융의 삼성전자’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그래도 우리 금융이 커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을 것 같은데.

“동남아 같은 곳에서 현지와 똑같은 은행업을 하는 건 무리이고 인터넷뱅킹의 경우가 맞을 것이다. 지점 없이 인터넷뱅킹만으로 영업 가능한 모델이 셋업되면 그대로 들고 동남아 가면 좋아할 것 같다. 왜냐하면 자기들도 기존 은행업에 없는 차별화된 모델이 온다고 하면 해보라고 할 것 같다는 거다.”

윤창현은 △충북 청주(56) △대전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1993∼94) △고려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1994∼95)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1995∼2005)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2005년 8월∼) △제7대 한국금융연구원장(2012∼15)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2015년 10월∼)

이동훈 경제부장 dhlee@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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