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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술 권하는’ SNS… 편법 광고·불법 경품

규제 사각… 청소년 음주 조장

[기획] ‘술 권하는’ SNS… 편법 광고·불법 경품 기사의 사진
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이슬라이브’에 올라온 동영상의 한 장면. 인기 가수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며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이트진로 소주 제품도 그대로 노출됐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인터넷 기반 소셜 미디어를 통한 주류회사의 술 마케팅이 도를 넘고 있다. 인기 연예인을 내세워 술 마시는 장면을 여과 없이 내보는가 하면 불법적인 ‘경품 제공’으로 청소년 음주를 조장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현행 법규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신생 매체를 이용한 술 판촉을 막을 마땅한 장치가 없다.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11월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네이버TV캐스트 등에 ‘이슬라이브’라는 동영상 광고를 올려 9개월 만에 조회수 7000만건을 돌파했다.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댓글, 다른 매체의 공유 건수도 200만건을 넘었다.

이 동영상은 인기 가수들이 술집에서 실제 술을 마시며 라이브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중간 중간에 하이트진로가 팔고 있는 소주 제품을 노골적으로 노출한다.

술자리 특유의 흥과 분위기를 느끼도록 제작된 동영상을 보는 이들은 주로 청소년이다. 대한보건협회 관계자는 1일 “연예인들이 나오는 데다 24시간 접근 가능한 SNS를 활용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모방 음주를 부추기고 술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보건협회는 보건복지부 ‘음주폐해예방사업’의 일환으로 매체들의 음주 조장 환경 모니터링을 맡고 있다.

페이스북 등에는 경품 제공을 미끼로 하는 주류업체의 불법 판촉 이벤트도 넘쳐난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10조2항은 주류 광고에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한다’는 표현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무학의 ‘좋은데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지난 9일 ‘○○○과 함께하는 응원이벤트’ 당첨자에게 경품(기프트 박스 20명, 연극초대권 5명)을 준다는 게시글이 올라 있다. 롯데주류도 ‘청하’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난 2월 ‘정월대보름, 귀밝이술 이벤트’ 당첨자에게 모바일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게재했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SNS와 웹페이지, 포털사이트 등에 ‘경품 제공’ 광고를 내보냈다가 올해 시정명령 조치를 받은 사례는 모두 5건이다. 롯데주류 3건, 하이트진로 1건, 페르노리카코리아 1건이다. 지난해에는 4건(무학 2건, 롯데주류 1건, 하이트진로 1건)이 적발됐다. 주류업체들은 시정명령을 받으면 광고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치고 빠지기’ 수법을 쓰고 있어 모니터링이나 단속이 쉽지 않다.

SNS의 파급력을 활용한 유해성 광고와 불법 마케팅이 판을 치지만 규제는 사실상 전무하다. SNS 매체는 자체 광고 및 심의 규정을 갖고 있으나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경우 주류를 ‘제한된 콘텐츠’로 분류하고 연령 및 국가별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모니터링이나 제재 사례는 거의 없다. 업체들은 자체 주류광고 지침을 갖고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김민기 교수는 “페이스북 등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제재를 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술 광고를 규제하는 법적 근거인 ‘국민건강증진법’에 SNS나 인터넷과 관련한 조항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건강증진법 시행령(10조2항)은 종합유선방송을 포함한 TV(오전 7시∼오후 10시)와 라디오 방송(오후 5시∼오전 8시, 오전 8시∼오후 5시 미성년자 대상 프로그램 전후)에서만 술 광고를 못하도록 한다. 보건협회 관계자는 “인터넷과 방송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등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1995년 만들어진 국민건강증진법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인터넷 주류 광고’를 제한하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복지부는 SNS와 인터넷 기반 매체의 주류 광고를 제한하는 건강증진법 개정을 올해 안에 추진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수렴을 거쳐 제한 범위를 결정하겠다”며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린다면 광고 기준 시행령을 개정하는 방법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1년 3월부터 온라인을 포함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한 주류 광고를 규제하고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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