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패러글라이딩과 낙하산 기사의 사진
패러글라이딩. 위키미디어커먼스
패러글라이딩과 낙하산

이제 9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함은 기록적인 폭염도 마찬가지, 조석으로 이는 가을바람이 참으로 반갑다. 전기세 폭탄의 압박감과 찜통더위의 고통 속에서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만을 외치며 버틴 이면에는 가을의 상큼함과 이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야외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버티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갈바람을 가르고 파란 하늘 높이 날아 가을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패러글라이딩은 패러슈트(낙하산)와 행글라이딩의 합성어로 1980년대 프랑스 등산가가 등정 후 신속한 하산을 위해 고안했다. 이는 낙하산 원리에 행글라이딩의 비행술을 융합하여 방향조작이 우수하고, 기류를 이용한 상승과 하강이 가능하며 전문성이 요구되는 비행기구다. 초속 1~5m 정도의 자연스런 바람에 몸을 실어 활공과 체공을 조절할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은 평균 20~40㎞/h로 날며 이륙고도 10m 당 40~60m를 비행하는 활공비 원리가 적용된다.
반면 공중에서 물체나 사람을 내려 보내는데 이용되는 우산모양의 기구 낙하산은 낙하 물체의 중량에 작용하는 중력과 우산모양의 산에 형성되는 부력의 상호작용으로 속도가 결정되어 떨어진다. 위에서 아래로만 이동하는 낙하산은 초기에는 낙하속력이 증가하고, 공기 저항과 작용하는 중력이 같아지는 순간부터 6m/초의 등속으로 낙하하는데 이는 직경 2㎜의 빗방울 낙하속도(7m/초)보다 조금 느린 값이다. 속도와 방향조절이 가능한 패러글라이딩과 비교하면 조작성이 매우 낮고 상승 활공은 불가능한 ‘중력바라기’이다.
이러한 낙하산의 속성은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에 그대로 투영된다. 아래로만 이동하는 단방향성은 상승과 하강의 활공성 부재를 의미하고, 이는 직무수행에 있어 현저히 낮은 창의성과 비전문성으로 표출된다. 또한 중력바라기 속성은 ‘권력바라기’로 채색되어 버린다. 최초 비행기 탑승자용 구명 장비로 쓰인 낙하산이 점차 적극적인 강하·투하용으로 변질된 것도 무척이나 흡사하다. “단언컨데 ‘좋은’ 낙하산은 없다”한 사설 글귀를 접하고 창의성과 전문성을 지닌 ‘패러글라이딩 인사’가 그리워졌다면 너무 순진한 것일까. 태풍의 계절, 낙하산은 위태롭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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