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향방 기사의 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3대 외교안보 어젠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東北亞平和協力構想) 그리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이다. 임기가 1년여 남은 현재 그 실적은 썩 좋지 않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끊임없는 핵·미사일 도발,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남북대화 의지 등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사실상 좌초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막혀 동력을 잃었다. 마지막 남은 게 정책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 ‘동평구’로 통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다.

동평구의 기본 개념은 원자력 안전, 에너지 안보, 환경, 보건 등 덜 민감한 연성 안보 이슈로 시작해 동북아 역내국 간 대화와 협력의 관행을 쌓아가자는 것이다. 국가 간 경쟁과 갈등이 유독 두드러지는 동북아에도 유럽과 같은 다자간 안보협력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달 31일과 1일 이틀간 세종연구소 주최로 열린 ‘동평구 민관협력 네트워크 구축 전략’ 포럼은 이 어젠다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동평구에도 역내국 간 안정과 협력이라는 구심력보다는 미·중과 중·일, 남·북 등 국가 간 첨예한 갈등으로 대표되는 원심력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한·미·일·중·러·몽골 등 6개 참가국에 동평구 고위 담당관이 최근 신설됐다. 내달에는 워싱턴DC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관련국 회의가 처음으로 해외에서 개최된다. 회의 연례화를 위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한·일 과거사 갈등이 일단락된 것도 긍정적이다.

강대국 간 권력 게임과 지정학 논리에 따른 군사경쟁 불가피론이 만연한 게 동북아의 현실이다. 동평구를 ‘메이드 인 박근혜’표라는 이유만으로 폄하하거나 찬양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국민들에게 군사 경쟁 외에 역내 대화와 협력이라는 대안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외교부는 1년여 남은 임기 동안에라도 동평구의 제도화와 지속 가능성 제고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할 필요가 있다.

글=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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