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치욕의 날’이 재현됐다. 2일 현직 부장판사인 김수천(57·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대법원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며 6일 전국 법원장 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부장판사의 구속은 2006년 8월 조관행(60)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알선수재죄로 구속된 지 10년 만이다. 특히 현직 부장판사의 구속은 처음이다. 조 전 부장판사는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 사표를 냈었다. 지난해 1월 구속된 최민호(44) 전 판사에 이어 1년8개월 만에 ‘독립된 헌법기관’인 법관이 ‘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수감되자 사법부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날 밤 정운호(51·구속 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게 1억700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 부장판사를 구속했다. 김 부장판사의 연수원 8년 후배인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발부 이유를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심문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198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91년 서울지법 동부지원(현 서울동부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4월 ‘정운호 법조 비리’ 사태가 터지고, 정 전 대표가 자신의 구명활동을 도운 인사 8명을 적은 메모에 이름이 등장하며 로비 의혹에 휩싸였다. ‘2014년 정 전 대표의 중고 외제차(레인지로버)를 김 부장판사가 사실상 공짜로 받았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의혹은) 사실무근이지만 정상적 재판 업무 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된다”며 지난달 16일 휴직했다.

사법부는 그동안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해 왔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가 구속되자 대법원을 비롯한 전국 법원은 충격에 빠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김 부장판사는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다들 얘기했다”며 “배신감을 느끼는 판사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에서만 30여년간 일한 분이라 충격이 더 크다”며 “조 전 부장판사 사건 때 ‘사법 불복’ 논란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당시 이용훈(74) 대법원장은 조 전 부장판사의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법조비리 근절 대책을 강도 높게 수립하겠다”며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대법원은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어떠한 질책과 채찍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양 대법원장은 6일 전국 법원장 회의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다. 양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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