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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기후재난은 현실이다

“폭염 끝나자 감염병 비상… 병든 지구 치유에 나서지 않으면 더 큰 재앙 닥칠 것”

[김진홍 칼럼] 기후재난은 현실이다 기사의 사진
가마솥더위의 기세는 한풀 꺾였으나 그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15년 만에 콜레라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부터 주목된다. 살인적인 폭염으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활동이 왕성해진 콜레라균이 수산물을 통해 옮겨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역에 비상이 걸렸지만 콜레라 환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을철 대표적 감염병인 쓰쓰가무시를 매개하는 털진드기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옮기는 작은소참진드기도 올해 무더위로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말라리아 환자도 증가했다. 폭염이 끝나자 폭염으로 인한 감염병 경보가 켜진 것이다. 아울러 아열대성 외래 해충들도 국내에 유입돼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25일까지 서울의 일평균 낮 최고기온은 34.34도였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이라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열사병 등 온열질환자도 2000명을 넘었다. 엄청난 이변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의미다.

이상기후가 일상화된 건 10년쯤 전부터이며,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전언이다. 기후와 관련해 기록들은 앞으로 계속 경신될 것이다.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어서 언제, 어떻게 닥칠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분명한 사실 한 가지를 꼽는다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지구온난화 현상을 관측해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지구 기온 상승폭은 1900년부터 2000년까지보다 최소 20배 빠르다고 한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의 기후학자 크리스 필드는 최근 “매달 또는 매년 기록이 더 이상 최고 기록이 아닌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 오싹하다”고 했다.

기후변화가 오싹한 것은 기후 재난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폭염과 가뭄, 홍수, 산불, 폭설, 사막화 등을 지구 곳곳에 퍼트리고 있다. 지금도 누군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는 홍수 또는 산불, 한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심지어 전쟁까지 일으킨다. 사망자 30만명, 난민 270만명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은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 사태는 세계 최초의 기후변화 분쟁으로 기록돼 있다. 2003년 2월, 극심한 가뭄을 견디다 못한 아랍계 유목민족 바가라족이 물과 초지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하자 현지의 비아랍계 주민들이 반발해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다른 요인도 작용했지만 가뭄이 생태계 변화와 함께 끔찍한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걸 입증한 사례다.

그 이후에도 수많은 경고가 있었다. 1년 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30년 미래전망’을 통해 ‘15년 뒤엔 기상이변으로 수백만명이 홍수와 산불, 가뭄 등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며, 식량 부족으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4년 유엔기후과학위원회가 각국 정부에 전달한 ‘기후백서’엔 ‘유럽의 폭염, 미국의 산물, 호주의 가뭄, 태국의 홍수 등 21세기 들어 일어나고 있는 대규모 기후재난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위기를 몰고 올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 제공자는 인류다. 삶의 터전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고, 탐욕을 위해 마구 파헤쳐 지구가 병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류에게 고통을 주는 기후변화의 급속한 진행은 지구 파괴 행위를 중단하라는 강한 경고이기도 하다. 대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각국 정부와 국민들이 실천에 옮기지 않을 뿐이다. 기후재앙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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