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유발 하라리와 데이터이즘 기사의 사진
2014년 ‘인류 등정의 짧은 역사’란 부제를 달고 출간된 ‘사피엔스’는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됐다. 30개국에서 번역본이 나왔다. 이 책을 일부라도 읽은 독자는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의 엄청난 지식과 통찰력, 역사적 사실을 종횡으로 엮어내는 능력에 압도됐을 것이다. 이 책에서 하라리 교수는 10만년 전 6가지 인간종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최종 포식자를 넘어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게 됐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가 이번에는 인류의 미래에 초점을 맞춘 신간을 들고 돌아왔다. 영국 주요 언론은 8일로 예정된 하라리 교수의 최신작 ‘호모 데우스(Homo Deus·신적 인간)’ 영문판 출간을 앞두고 묵직한 서평을 앞 다퉈 내보내고 있다.

이 책이 그리는 미래는 컴퓨터 알고리즘(컴퓨터가 할 일을 순서대로 알려주는 명령어)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위협하는 세상이다. 인류는 수천년간 권위는 신으로부터 나온다고 믿었다. 르네상스 이후에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가 인간 행동과 사회 조직의 근간이 돼 왔다.

하지만 이제 그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게 하라리 교수의 주장이다. 이메일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무한정의 개인 정보가 축적되면서 알고리즘과 빅 데이터가 권위의 원천이 되는 세계가 도래했다. 하라리는 데이터를 숭배하는 이 새로운 신조를 데이터주의(Dataism)라고 부른다.

앞으로 인간의 느낌과 사고, 순간순간의 신체 상태까지 디지털 정보로 축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개인보다 더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아는 게 알고리즘이다. 인류가 결혼, 투표, 수술, 경제적 거래 등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자신의 감정과 판단보다 모든 정보를 분석한 인공지능의 의견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하라리 교수는 예측한다. 이런 측면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낡은 알고리즘이 될 것이다.

하라리 교수가 그리는 데이터가 신이 되는 세상은 편리할지 모르지만 디스토피아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기억할 것이 있다. 미래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기술은 우리가 물은 질문에만 답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하라리 교수가 지적한 대로 우리가 기술을 섬길(serve)지, 기술이 우리를 섬기도록 할지는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배병우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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