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주원]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상충 기사의 사진
상충(trade-off)관계라는 용어가 있다. 두 가지의 행위가 상호 배타적이고 경합적인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잘되면 다른 한쪽은 그만큼의 피해를 본다는 의미이다. 두 가지의 교집합은 없으며 그래서 양립할 수 없고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관계이다. 사회 이슈들에서도 그러한 것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성장과 분배가 대표적이다. 이 두 대립되는 개념은 항상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성장 속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성이 높은 부문에 대한 자원과 부의 집중이다. 특정 부문에 대해 경제 내 자원 할당을 높이는 것이 공평하게 할당하는 것보다 전체 경제 성장 속도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과거 중화학공업과 수출산업에 정부의 지원이 집중된 것이 그 예다. 그러나 성장을 위한 자원 집중의 폐해는 불균형과 양극화 그리고 상대적 박탈감의 확산으로 나타난다. 다음으로 감세와 복지도 명확한 상충관계이다. 복지는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의미한다. 즉 재정 지출의 추가적인 확대는 이를 위한 재원 조달이 필요한데, 정부부채를 늘리거나 국민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부부채도 언젠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갚아야만 하기 때문에 결국 복지 확대는 증세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산업경쟁력과 고용을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돌려서 이야기하지만 경쟁력은 생산성이고 생산성을 높이자는 말은 고용을 줄이자는 것이다. 반대로 고용을 확대하자는 것은 경쟁력을 포기하자는 말이다.

심리학에 대해 무지하지만 사람은 어떠한 외부 환경이 자신이나 또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의 안녕에 걸림돌이 될 때, 자신과 그 환경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고 적대시하려는 본성이 있는 것 같다. 특히 그것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집단에 속해 있던 사람에게는 그러한 경향이 크다고 본다. 분배와 복지와 고용을 주장하는 쪽이 그러하다. 자신을 사회적 약자로 정의하며 성장, 감세, 경쟁력을 주장하는 쪽을 기득권 계층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 당연히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일면 정당한 주장이다.

어찌됐든 해결책은 필요하다. 양쪽의 가운데 어디쯤에서 답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느 정도의 성장을 희생하고 어느 정도의 복지수요를 양보하면 상충관계에 있는 성장과 분배의 상충문제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를 위해 복지를 어느 정도 확대하고 국민들이 내는 세금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 산업경쟁력의 핵심인 생산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고용을 늘려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에 대선이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분배를 중요시하고 복지를 확대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놓는 정치세력에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은 현재의 투표 세대를 위해 가운데가 아닌 성장, 감세, 경쟁력에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할 소지도 있다. 다수 국민이 원하면 따르는 것이 정치의 덕목이다.

그러나 그러면서 마치 미래의 투표 세대를 위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방안도 동시에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분배가 잘된 국가들의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둥, 증세 없이도 복지가 가능하다는 둥, 훌륭한 인적자원들의 고용이 확대되어야 산업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주장들이 그것이다. 물론 이 새로운 이론들이 저자가 범접할 수 없는 대가들의 높은 식견과 혜안에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말장난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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