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갑질수사대상 1호’ 한선교 기사의 사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 김만식 전 몽고식품 회장, 정우현 MPK그룹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재산이 일반인에 비해 엄청나게 많고, 그 돈의 힘을 믿고 갑질하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는데 이들에게 직원, 운전기사, 경비원은 무릎 꿇리고 욕하고 때려도 되는 봉건시대 노비나 다름없었던 모양이다.

‘갑질죄’의 본보기로 조 전 부사장을 교도소에 보내 경종을 울렸는데도 지도층은 물론 사회 구석구석까지 갑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음주운전 전력을 숨겼다가 천신만고 끝에 임명된 이철성 경찰청장이 취임 일성으로 갑질과의 전쟁을 선포했을 정도로 갑질은 다반사가 됐다. 신조어 ‘갑질’이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등재될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이 청장은 “갑질은 경제적 피해를 넘어 인격적 모욕에 이르는 심각한 범죄”라며 “갑질 범죄 같은 병폐를 해소하는 것이 경찰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갑질수사 대상 1호’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생겼다. 그는 지난 1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해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 과정에서 현직 경찰인 국회의장 경호원의 멱살을 잡았다가 전·현직 경찰관 350여명으로부터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당했다. 고발을 주도한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경호 경찰관의 임무는 요인을 보호하는 것”이라면서 “한 의원의 행위는 공공의 안녕을 저해한 공안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의 멱살잡이는 처음이 아니다. 2009년 3월 미디어법 처리 때도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멱살을 잡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가 해당 경찰관을 찾아가 머리 숙여 용서를 빌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09년에 엄하게 조치했더라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경찰이 봉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설마 이번에도 유야무야 넘어가려나.

글=이흥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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