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박인용 장관] “안전 컨트롤타워 자리 못비워… 비상용 숙소 24시간 대기” 기사의 사진
취임 22개월째를 맞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다독가(多讀家)로 잘 알려져 있다. 논어, 맹자, 중용, 대학, 시경, 서경, 주역의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다 읽었을 정도다. 박 장관이 “국민이 안전에 관한한 ‘격양가’를 부르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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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명의 사망자와 9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국가개조 수준의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그 결과 탄생한 조직이 바로 국민안전처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사고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과 반성 속에서 2014년 11월 19일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게 될 초대 사령관에 박인용(64) 장관이 임명됐다. 40년 세월을 군에서 보낸 뒤 정부 부처의 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장관이 취임한 지 22개월을 맞았다. 장관에 내정된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집에서 자 본 적 없을 정도로 그의 열정은 대단하다. 안전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한다. 세종청사 이전을 닷새 앞둔 지난달 31일 박 장관을 서울정부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국민안전처가 세종청사로 이전하는데.

“정부의 세종시 이전 방침에 따라 5일부터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인천에 있었던 해경본부까지 지리적으로 통합을 이루게 돼 명실상부하게 하나의 완성된 조직체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출신이 다른 구성원으로 이뤄진 조직에다 상황실도 분리돼 있고, 근무지 또한 서로 달라 조직 융합과 업무관리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 새로이 구축된 세종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중심으로 소방종합상황실, 해경상황센터가 공간적으로나 시스템적으로 상호 연계돼 재난 발생 시 보다 신속한 대응과 협업이 가능하게 됐다. 새로이 들어선 세종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의 장비나 시스템도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국민안전처는 5일 세종청사로 이전해 추석연휴에 대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오랫동안 군에 있다 정부 부처의 장을 맡았다. 느낌이 다를 것 같은데.

“군에 있을 때는 상대방이 적이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40년 동안 적과 싸웠다. 지금은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국가안보에 일조하고 있다. 대상과 방법이 달라진 셈이다. 하지만 하나로 귀결된다고 본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이다. 한 인간으로서 이러한 일을 해 왔고 맡고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과 함께 잘하고 싶은 마음이 많다.”

-장관에 내정된 후 집에서 한 번도 자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가 있는지.

“기러기는 ‘V’자를 그리며 무리지어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노련한 기러기가 선두에서 무리를 이끈다고 한다. 국민안전처도 마찬가지다. 현재 안전처 직원이 1만300여명인데 그중 내 나이가 제일 많다. 기러기처럼 선두에서 이끈다는 책임감으로 임하고 있다. 물론 집에 안 들어간다고 해서 사고가 안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내 할 일을 하고자 5분 거리에 있는 비상용 숙소에서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안전처가 생기고 나서 달라진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민안전처가 탄생한 지 22개월이 된다. 재난이나 사고가 났을 때 언론이든 국민이든 ‘국민안전처가 왜 빨리 대처하지 않느냐’고 말하지 않나.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안전처가 없으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는 점 또한 달라지고 있는 점이다.”

-긴급신고전화가 112, 119, 110으로 통합됐다. 번호 통합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

“기존에는 긴급신고와 민원상담전화가 21개나 돼 국민들이 사용하는 데 많은 불편이 있었고 또 그 번호를 전부 다 외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긴급신고전화는 119와 112 두 개로 통합하고 민원상담전화는 110으로 통합했다. 지난 7월 15일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곧 정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제 119나 112로 긴급 상황을 신고하면 관계기관 간 신고 내용을 바로 공유하기 때문에 번호를 다르게 신고하더라도 다시 전화해 반복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소방차라든지 긴급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하는 시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추석 연휴가 얼마 안 남았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분야별로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계획이다. 전통시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교통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비상상황체계를 가동해 만일의 재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겠다.”

-올 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졌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재난 및 안전 관리에 관한 기본법상 폭염은 재난이 아니다. 현행법상 자연재난에 폭염이 정의되지 않아 다른 자연재난과 달리 보상이나 구호 등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실제로 18, 19대 국회에서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 관리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 있다. 하지만 잘 안됐다. 앞으로 공청회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법으로 정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보겠다.”

-안전에 관한 철학이 있는지.

“태평성대를 구가했던 중국 요(堯)임금 시대에 불렸다는 ‘격양가(擊壤歌)’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하고(日出而作), 해가 지면 들어와 휴식한다(日入而息). 우물을 파 물을 마시고(鑿井而飮), 농사를 지어 밥 먹으니(耕田而食),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帝力于我何有哉).’ 정부는 재난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고 국민 모두는 안전을 지켜 모든 국민이 안전에 관한한 ‘격양가’를 부르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목표가 있다면.

“안전관리를 위한 실효적인 정책을 개발해 국민과 함께 사회 전반의 안전 의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서의 목표이자 소명이다. 앞으로도 오직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소임을 다할 것이다. 또 하나의 목표는 장관을 포함한 국민안전처 전 직원이 국민의 안전만을 생각하며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장관부터 일반직원뿐만 아니라 소방과 해경대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직원이 상하동욕(上下同欲)하는 조직이 되도록 소임을 다할 계획이다. 상하동욕은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장수와 병사 간에 같은 꿈(목표)을 가지면 승리한다는 의미다.”

글=김준동 사회2부장 jdkim@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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