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37> 세계의 추석 기사의 사진
중국인들이 명절에 만들어 먹는 월병
예전엔 명절이 다가오면 국내든 해외든 여행일정 잡기 바빴는데 몇 해 전 우연히 해외의 명절을 경험하면서 새삼 우리 명절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다. 올 추석엔 해외여행 좀 자제하고 우리의 부모님과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어떨까.

남미에서 우리의 추석과 가장 비슷한 명절을 꼽자면 페루의 태양제다. 현지에선 ‘인티 라이미’라고 부르는데 잉카제국을 탄생시켰던 케추아족의 언어다. 페루 사람들은 잉카 시대부터 태양신을 섬겨 왔는데 한 해의 바쁜 일을 모두 마치고 낮이 가장 짧은 겨울이 오면 그해에 수확한 곡식과 과일을 태양신에게 바치는 의식을 치른다. 매년 6월 24일에 개최되는데 전국에서 가장 잘 생긴 라마를 뽑아 심장을 바치는 의식이 특징이다.

아프리카의 스와질란드 왕국은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매년 12월 ‘잉크왈라’라는 전통적인 민속축제가 개최된다. 잉크왈라는 ‘첫 수확한 과일’이라는 뜻으로 그해의 햇곡식과 햇과일을 왕에게 바치는 의식이다. 스와질란드 왕국은 12월과 1월이 최대 수확기다.

이웃나라 중국은 중추절이라고 하여 매년 음력 8월 15일로 한국과 추석 문화가 매우 유사하다. 중국의 문헌에는 주나라 때부터 중추절에 대한 기록이 발견된다고 하니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랜 역사를 가진 명절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농경사회의 풍년을 좌우하는 것이 달의 신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제사는 물론 달을 감상하는 문화도 있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월병도 달의 모양을 딴 것이다. 매년 중추절이 되면 집집마다 월병을 만들어 식구수대로 쪼개 먹는 재미있는 풍습도 남아 있다.

다음 주면 추석이다. 올해만큼은 기계가 찍어낸 1초 송편 말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웃음 담뿍 담긴 주먹송편 한번 빚어보자. 못생겨도 그런 의리송편이 맛도 좋지 않던가.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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