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美·日 주춤 거리는 사이 中·유럽 쾌속 질주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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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0% 넘는 성장세를 유지하던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가 지난해 2% 성장에 그쳤다. 저유가로 친환경차 구매 이점이 줄고 도요타 프리우스를 비롯한 볼륨모델(핵심 판매차종)이 노후화한 탓이다. 최대 시장인 일본과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유럽과 중국은 급성장세를 탔다. HEV(하이브리드 전기차) 비중이 줄고 BEV(순수전기차)와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비중이 늘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KARI)는 ‘친환경차 시장 분석 및 전망’ 보고서에서 완성차업체들이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환경 규제 강화를 앞두고 라인업 확대, 차급·가격 다변화, 상품성 제고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중국, BEV·PHEV, 중위권업체 뜬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 해 동안 팔린 친환경차는 199만2000대다. 2014년과 비교해 2.1% 늘었다. 2009년 72만3000대였던 연간 친환경차 판매량이 2014년 195만1000대로 늘어날 때까지 연평균 22% 성장한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친환경차 시장은 각국 정부의 이산화탄소 규제와 의무 판매 강화, 완성차업계의 공급 확대로 급성장해왔다.

친환경차 시장 성장 속도가 뚝 떨어진 건 그동안 친환경차 시장 성장을 주도해 온 일본과 미국에서 핵심 차종을 중심으로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은 친환경차 판매가 전년보다 각각 13.8%, 14.4% 줄었다.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친환경차의 유지·보수비용(TCO) 경쟁력이 약해진 데다 프리우스와 프리우스C·V, 포드 C맥스 등 주력 모델이 노후화하면서 그 수요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이탈했다. 미국 시장 기준으로 친환경차 모델 노후화 지수는 2014년 49%에서 지난해 62%로 뛰었다.

특히 전기차 중 80% 이상을 차지하던 HEV의 판매가 지난해 4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판매량은 2014년 165만5000대에서 지난해 146만3000대로 11.6% 감소했고, 같은 기간 비중은 84.8%에서 73.4%로 11.4%포인트 빠졌다.

일본은 자국 업체가 HEV 라인업을 확대했지만 소비세가 5.0%에서 8.0%로 인상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판매 증가율이 급락했다. 미국은 전체 자동차 시장이 최대 판매 기록을 냈음에도 가솔린 가격 하락 등이 친환경차 판매를 위축시켰다.

BEV와 PHEV 판매는 중국·유럽에서의 정책 지원과 최대 볼륨차급의 신차 효과로 각각 73.0%, 87.5% 늘었다. 전체 친환경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BEV가 8.9%에서 15.0%로, PHEV가 6.3%에서 11.5%로 두 타입 모두 한 자릿수에서 10%대로 올랐다.

친환경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유럽은 판매가 39.8% 증가하며 일본 미국에 이어 3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유럽 내에서도 지원 수준이 높은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친환경차 시장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신차로는 폭스바겐 골프PHEV·EV, 파사트PHEV, 포드 C맥스PHEV, 아우디 A3PHEV, 벤츠 C클래스PHEV, 기아 쏘울EV 등이 출시됐다.

중국은 신에너지차에 대한 정부 지원 본격화, 합자업체 라인업 확대로 판매가 184.5% 늘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9월 HEV를 제외한 신에너지차에 대해 10%인 구매세를 면제하고 보조금 지급 도시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공무용 차량의 30%를 신에너지차로 구매하도록 의무화했다. 신에너지차 보급 시범도시는 당초 25곳에서 88곳으로 늘렸다.

한국은 HEV와 BEV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감면, 구매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지원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두 자릿수(13.9%) 성장을 기록했다. 2014년 12월 출시된 쏘나타HEV는 구매 보조금 요건 충족과 신차 효과로 지난해 판매가 전년보다 배 이상 늘어난 1만2000대를 기록했다.

완성차업체별로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도요타가 전체 친환경차 판매 1위를 고수하면서도 8%대 감소를 보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각각 쏘나타HEV, 쏘울EV 판매 호조로 포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폭스바겐은 골프PHEV와 파사트PHEV 투입의 효과로 3계단 상승한 6위에 올랐다. PHEV 판매로만 보면 미쓰비시에 이어 2위다.

시장 다변화, 경쟁 심화 이어질 것

올해 친환경차 판매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속적인 저유가 상황이 수요를 제한하겠지만 전 타입에서의 신차 출시와 지난해 성장 둔화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 KARI는 올해 친환경차 판매량을 지난해보다 17.8% 증가한 234만6000대로 추산했다.

올해는 내년 이후 정책 강화를 앞둔 과도기적 시기로 규제 강화 폭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정책 변화보다는 유가 변화에 따른 TCO 변동과 신차 공급 등이 단기적으로 판매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주요 신차는 도요타 프리우스(HEV), GM 볼트(PHEV), 폭스바겐·BMW·다임러 신모델(PHEV), 현대·기아 아이오닉과 니로 등이다.

지난해 강화된 지역·타입별 다변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유럽과 중국은 정책 효과가 지속되면서 한동안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미국은 볼륨모델 신차 출시로 HEV 판매를 회복하겠지만 저유가 장기화로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미국은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2014년 수준 실적을 크게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타입별로는 현대 아이오닉, GM 볼트 등 신모델 출시로 BEV와 PHEV 성장세가 지속될 여지가 크다.

내년 이후에는 전 지역에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친환경차 시장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 규제 방향에 따라 타입별 시장 성장 속도는 차별화가 심해질 전망이다. 미국은 2018년 ZEV(탄소 무배출차 의무판매) 적용 업체가 확대되고 BEV 의무판매 물량이 늘어난다. 중국은 현재 신에너지차 구매자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동시에 완성차업체에 신에너지차 의무판매 비율을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유럽은 2020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강화 계획을 통해 BEV·PHEV 확대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해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내년에 실도로 배출가스 측정 및 신규 배출가스 측정방식 도입을 확정한다.

완성차업체들은 내년 이후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지역별로 차별화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모든 타입에서 라인업을 확대하고 FCEV(수소연료전지차) 신모델 출시를 앞당겨 전 타입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현대·기아차, 도요타, 혼다는 FCEV 양산 모델 출시로 시장 선점을 추진하고 있다. GM와 포드, 르노-닛산, 다임러, BMW 등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신모델을 선보인다.

업체들은 승용차 위주에서 SUV로 친환경차의 차급을 다변화하고 폭넓은 가격대의 제품을 확보해 다양한 수요를 공략하려 하고 있다. 친환경차 모델 중 SUV 판매 비중은 2013년 4.1%에서 지난해 13.7%까지 늘었다. 닛산과 폭스바겐은 2018년 전기차를 고급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KARI 허준 연구위원은 “연비, 주행성능 등 제품의 기본 경쟁력 제고뿐만 아니라 첨단 안전기술과 모빌리티 서비스 적용을 통해 차별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추세”라며 “라인업 확대에 드는 대규모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완성차업체 간 제휴와 공용화도 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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