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같이’의 가치 기사의 사진
함께 사는 물고기들. 픽사베이
조선시대 열양(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에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며 예찬됐던 추석,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명절이다. 곡식과 먹거리의 풍성함에 청명한 날씨가 더해지니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고생스러운 농사 덕에 풍족함을 얻은 것이나 모든 일에는 원인과 과정이 있고 함께한 것들이 있으니, 때론 이들의 존재가 결과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전자레인지 속 팝콘처럼 단번에 만들면 좋으련만 곡식을 그리 얻지 못하는 것은 충분한 햇빛과 수분의 공급 그리고 농부들의 많은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의 모든 것이 홀로 설 수 없는 것은 ‘함께’해야 할 것들과 조화롭게 시종을 ‘같이’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나무와 나무 사이 넓은 공간에 자리한 거미줄이 바람의 도움 없이 반대쪽 고정점에 방사실을 붙일 수도, 거미줄을 탄탄히 굳힐 수도 없는 이치와 같다.

자연에 공생하는 것들이 전해주는 ‘따로 또 같이’의 지혜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뿌리혹박테리아의 도움 없이 콩과식물은 송편에 넣을 콩을 만들 수 없으며, 화분매개충의 도움 없이는 사과나 배가 차례상에 오를 수 없다. 작거나 눈에 띄지 않는 매개자나 바람, 물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는 식물이 세상엔 너무도 많다. 하물며 먹고 먹히는 동물세계에서도 포식자의 사냥은 피식자 동족 내부의 경쟁 압력을 낮추는 역설적 긍정효과를 제공한다.

혼자가 아닌 다른 무엇과 ‘같이’ 이루는 결과에는 이렇듯 숨겨진 의미와 가치가 내재돼 있다. 추석날 조상을 기리고 가족과 친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같이 오늘을 감사하는 것은 보다 나은 내일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취업과 결혼, 진로 등의 문제로 이러한 명절을 거북스럽게 느끼는 것은, 기성세대가 ‘같이’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못함이다. 어느 시대나 젊은이들에겐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와 불평등한 기회 부여에 대한 고민이 있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고민은 사회적 발전과 함께 경감돼야 한다. 지금 우리 여건이 조선시대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추석, 젊은 세대의 시름을 덜어주고 함께 고민하는 격려의 시간을 가져보자.

노태호 (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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