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왜 혼자가 편할까 기사의 사진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것이 싫다. 혼자 있는 편이 더 마음 편하다. 결혼을 하거나 자녀를 갖는 일에 소극적이고 책임이나 속박이 싫다. 상처받는 일에 민감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다. 오히려 사람들과 대화하는 대신 SNS를 하는 편이 재미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대신 홀로 영화를 보거나 커피숍에서 책을 읽는 게 좋다.” ‘혼자’를 즐기는 이들의 마음이다.

퇴근길에 ‘혼방’(혼자 노래방 가기)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혼밥’(혼자 밥 먹기)과 ‘혼영’(혼자 영화 보기)하는 이들이 이젠 낯설지 않다. 포털 사이트에 ‘혼자’를 입력하면 ‘혼자 여행하기 좋은 곳’이 연관 검색으로 뜰 정도로 ‘혼여’(혼자 여행하기)도 흔해졌다. 이제 ‘혼자’는 외로움·고독·소외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 자유로움과 개인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들은 혼자가 편해졌을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저서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에서 인간관계를 귀찮아하고 혼자 있기를 즐기는 이들을 ‘회피형 인간’으로 분류했다. 이런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거리를 둘 뿐만 아니라 실패할 것 같은 일, 상처받을 만한 일을 최대한 피해가려고 애쓰기 때문에 인생 자체가 위축되기 쉽고 이들은 자신의 능력보다 질적으로 낮은 삶에 만족하며 살게 된다.

‘혼자’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자녀 양육과 가족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단독 생활을 좋아해 인류보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했다. 1인 가구가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유형이 된 셈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항상 사람들과 마주치고, 온라인으로도 계속 연결돼 있어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과 부담감이 크다. 그래서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길 원한다. 그러나 모든 갈등은 관계에서 발생하지만, 그 갈등을 극복했을 때 생기는 힘과 좋은 인간관계에서 얻는 에너지는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 인간관계가 단절되면 해결되지 않는 정서적 결핍이 생긴다.

진정한 행복은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68명의 인생을 72년간 추적한 미국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 프로젝트가 유용한 지침을 안겨준다.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교훈은 가족·친구·공동체와의 사회적 연결이 더 긴밀하면 할수록 더 행복하고 건강하며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데 있다. 연구의 결론에 따르면 좋은 관계는 몸뿐만 아니라 뇌에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까운 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다투고 화해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인생이지 않을까.

연구를 주도해 온 베일런트 교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이며, 행복은 결국 사랑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어떠한 데이터로도 밝혀낼 수 없는 극적인 주파수를 발산하는 것이 삶”이라면서 “행복이란 과학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숫자로 말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우며,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나 애잔하고, 학술지에만 실리기에는 영구불멸의 존재다”라고 말했다.

삶의 목적이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우린 여러 가지 과업 중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친밀감’을 발전시켜야 한다. 정체성과 친밀감은 자신이 가진 것을 긍정하는 바탕 위에서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제로 세계적인 장수 마을로 유명한 이탈리아 사르데냐섬의 장수비결은 그들이 먹는 음식 못지않게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간 끈끈한 관계 맺음이 주 요인이라고 한다. 점점 낮아지는 결혼율, 저출산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혼자’를 즐기는 이들의 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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