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79)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 콩팥병 환자에 ‘가족같은 의료진’ 기사의 사진
만성 콩팥병 환자 3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 혈액투석 치료실.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정경환 교수(왼쪽)와 김다래 전임의가 투석치료 중 발생할 수 있는 저혈압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일주일에 세 번, 따뜻한 미소로 기다립니다.”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가 만성 콩팥병으로 콩팥기능을 잃은 상태(신부전)에서 요독증 치료를 위해 투석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하는 구호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이 손상돼 있거나 기능 감소가 지속되는 병이다. 콩팥은 신진대사 활동 중 발생한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설하고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말기 신부전증으로 콩팥 기능이 부실해지면 생명이 위험하다. 만성 콩팥병에 따른 신부전증은 보통 콩팥 손상 및 기능 감소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인의 15% 이하까지 떨어지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투석치료나 신장이식과 같은 신장대체요법이 필요하다.

투석 치료는 핏속에 쌓인 요독을 인공신장기를 통해 걸러주는 것으로,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신장이식은 말 그대로 고장 나서 못쓰게 된 자기 콩팥을 대신해 줄 뇌사자 등 타인 기증 콩팥을 이식 받는 수술을 말한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몸에 독성물질이 쌓이면서 피곤함, 가려움증, 식욕부진, 호흡곤란 등과 같은 요독 증상이 나타난다. 콩팥기능 감소 5단계, 즉 말기 신부전 환자들은 신장이식을 받기까지 하루 4시간, 주 3회 간격으로 인공신장기를 갖춘 병원을 찾아 투석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다.

경희의료원 서관 3층에 위치한 인공신장센터(센터장 정경환·신장내과 교수)는 급성과 만성 콩팥병으로 요독증에 빠진 환자들이 생명유지를 위해 투석치료를 받는 곳이다. 센터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경희대병원 신장내과 정경환(41) 교수는 12일 “이틀 또는 사흘에 한 번씩, 매번 4시간씩 받아야 하는 투석치료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의 발을 묶는 족쇄와 같다. 기증 신장 부족으로 이식을 받지 못해 10년 이상 투석치료를 계속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평생 동안 주기적으로 투석치료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만성 콩팥병 환자는 의료비 부담도 만만찮다. 경제난으로 우울증을 겪거나 요독증으로 인지장애, 혈관성 치매를 합병해 어려움을 겪는 환자도 적잖다. 정경환 교수를 중심으로 이태원(63)·임천규(63) 교수팀과 김진숙·김다래 임상강사(전임의)팀 등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 의료진이 투석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하는 만성 콩팥병 환자를 늘 가족처럼 돌봐주려 힘을 써주는 이유다. 정 교수는 “특히 투석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노인 환자와 면담할 때는 가족에게도 투병의지와 따뜻한 기운을 북돋워주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만성 콩팥병은 초기나 중기까지는 별다른 이상을 못 느끼다가 말기가 되어서야 이상 증상을 자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는 “그 만큼 첫 진단을 받았을 때 충격이 크고, 흔들린 마음을 다잡는데 많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성 콩팥병은 주로 당뇨와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 48%가 당뇨, 약 20%는 고혈압 합병증으로 신부전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 고혈압 환자들은 정기검진을 통해 콩팥기능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콩팥 기능은 간단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이 된다.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는 1978년 문을 열었다. 2012년 6월 확장 공사를 거쳐 만성 콩팥병 환자 30명이 동시에 쾌적한 환경에서 투석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현재 이곳에서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 수는 월평균 120여명에 이른다.

투석치료 대기시간은 30분 이내로 짧다. 누구든지 예약 시간에 투석 치료를 받을 수 있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 언제든지 의료진과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어 편리하다.

더불어 최신 혈액투석기 5008S가 장착돼 있는 병상에는 개인용 TV를 설치해 4시간여에 걸친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 무료함을 달래도록 돕고 있다. 정 교수팀은 만성 콩팥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식이 및 투석 관리에 관한 시청각 교육도 이 TV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 정 교수는 “만성 콩팥병은 치료한다고 소실된 신장기능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질환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운동·식이요법과 혈압 및 혈당 관리 교육을 병행해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콩팥병 환자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정경환 교수는

2000년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05년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 2007년 경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은 2001∼2005년 경희대병원 신장내과에서 이수했다. 이어 2008∼2009년 협력연구원 자격으로 일본 준텐도(順天堂)대학병원 신장내과에서 사구체신염의 일종인 IgA신증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현재 경희의료원 인공신장센터장 및 신장내과 과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연평균 5∼6편씩 국내외 학술지에 5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정 교수는 같은 병원 심장내과 김원 교수와 공동으로 국내 시판 항혈소판제제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통해 심장병을 동시에 앓는 만성 콩팥병 환자들이 투석 치료 중 심장혈관 스텐트 시술을 받을 경우 재발이 잦은 이유를 규명한 것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이 논문은 지난해 6월, 신장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국제 학술지 ‘아메리칸 저널 오브 키드니 디지즈’(AJKD)에 실렸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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