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전석운] 미 대선후보들의 북핵 해법 기사의 사진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미국 대선 후보들의 해법은 사뭇 다르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위주 정책을 지지한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북핵 위기를 ‘오바마-클린턴 외교’의 실패로 규정한다. 북핵이 정쟁의 소재로 변했다. 국무장관을 지낸 클린턴은 11월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전략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마디로 ‘제재는 느슨했고, 대화는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에 의존하는 대북 제재가 허점투성이인데, 북한 정권이 이를 겁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6자회담이 중단된 2008년 이후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나 협상은 사라졌다. ‘전략적 인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 기조는 쉽게 말하면 북한 무시 전략이다.

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실험을 5차례 강행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추가로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미 5차례 핵실험만으로도 핵무기의 실전배치가 시간문제라는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98년을 마지막으로 6차례 핵실험을 한 뒤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파키스탄의 사례를 감안하면 기술적으로 북한의 핵보유는 기정사실에 가깝다. 전문가들도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역대 최대 위력이며 핵탄두의 경량화, 소형화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클린턴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등에서 가진 유세를 통해 “북한은 또 하나의 클린턴 외교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클린턴은 5차 핵실험 직후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을 재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대통령에 취임하면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협력해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면서 “그러나 제재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이란핵합의’ 방식과 유사한 대화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클린턴 후보가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다. 특히 북핵 해법을 논의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화 방식을 제시한 것도 처음이다. 한반도에서 ‘이란핵합의’와 유사한 대화방식은 현실적으로 6자회담이다. 클린턴은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시킬지에 대한 제안은 하지 않았다.

뚜렷한 해법이 없기는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그는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김정은에 대한 암살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5월에는 느닷없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북·미 간 대화 단절이 북핵 위기를 꼬이게 만들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북한에 대한 대화 제안을 선점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죽하면 현학봉 영국 주재 북한대사마저 “관심 없다”며 트럼프의 대화제안을 일축했을까.

두 사람 모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북핵을 미국의 심각한 안보위기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은 부족해 보인다. 해법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북핵 해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2개월 후면 차기 미국 대통령이 판가름 난다. 누가 되든 차기 대통령은 북핵을 최우선 안보과제로 삼기를 바란다. 미국인의 60%는 ‘북핵을 미국의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