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1인 가구 증가와 일상의 변화 기사의 사진
지난주 통계청은 매우 흥미로운 통계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가구원 수가 2.53명이고, 1인 가구 비율이 27.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록 저출산 고령화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가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한 집에 최소 3명 이상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통계는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실제로 우리의 일상에 주는 시사점이 매우 많다. 특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돼 가고 있으며, 때로는 우리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감당하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생겨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대형마트에 가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을 규제하는 법도 만들었다. 그런데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1인 가구가 소위 ‘대세’로 자리 잡게 되면, 더 이상 대형마트에서 생필품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형마트는 부모와 한두 명의 자녀가 함께 차를 가져가서 1주일간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는 곳이었다. 이제 집에 혼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사올 필요가 없어지니 누가 대형마트에 갈 것인가. 우리보다 1인 가구 증가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서는 이미 편의점이 생필품은 물론 식료품 구매처로 대세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골목 슈퍼마켓이 다시 등장하고 있고 재래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는 등 변화가 시작됐다. 아마도 얼마 지나면 대형마트의 ‘규제’가 아니라 ‘구제’를 위한 법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여가산업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여가산업은 그동안 콘도미니엄, 펜션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3∼4인으로 구성된 한 가족이 와서 며칠간 묵을 수 있는 편의 시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 중심에는 어린 자녀들이 있었다. 그런데 1인 가구가 대세가 되면 여러 개의 방이 있는 콘도미니엄과 펜션에 대한 선호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외국인이나 비즈니스 관련 투숙객을 위한 시설이라 여겼던 호텔에 대해 일반 가구의 선호도가 더 커질까? 그러기보다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가산업 전반이 큰 불황을 겪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급속하게 늘어난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절반 이상은 이미 고령자이고 그 비중이 앞으로 더 높아질 텐데, 소득이 낮은 고령자들에게 여행을 통한 여가는 사치로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층 1인 가구, 2인 가구는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는 뚜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의 급증은 이처럼 산업 부문에서의 변화만을 예견하는 것이 아니다. 1인 가구 급증 현상에 필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바로 건강관리와 이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다. 그동안 우리는 고령화로 인해 고령자 건강보장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여기에 고령자들이 혼자 사는 상황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그런데 국내외의 수많은 연구는 혼자 사는 사람의 건강이 가족이나 친지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사람에 비해 좋지 않으며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더 그러하다는 사실을 밝혀 왔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고 특히 고령층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건강관리를 위한 사회적 비용이 우리가 그동안 예상해 온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들게 됨을 의미한다.

젊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감을 느끼는 횟수도 빈번하고 그 정도도 높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우울감은 자살의 가장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즉 1인 가구의 급증은 우리 젊은이의 정신보건에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고, 고령자 건강관리의 사회적 지출을 지금 예상하고 있는 것보다도 훨씬 많이 요구할 것이다. 이처럼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1인 가구의 비중이 더 커지면 우리 일상의 많은 부분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론이고 각 산업 부문과 개인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내일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일반 국경일과 달리 추석이 연휴인 이유는 전통의 명절에 모든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일 수 있도록 법으로 최소한의 휴일을 보장해주기 위함일 것이다. 만일 1인 가구의 비중이 더 커지면 만날 수 있는 가족과 친지가 더 이상 많지 않게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추석이 연휴일 필요가 없을 수도 있겠다. 아직은 추석이 연휴일 때 독자들께서는 친족의 정을 충분히 나누고, 추석을 계속 연휴로 즐기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 고민해 보면 좋겠다.

조영태(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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