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전략적 인내’의 종언 기사의 사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는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다. 소극적 압박을 지속하며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게 기본 개념이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신형 대국관계를 주장하는 중국과 6자회담 참가국 공동의 책임으로 떠넘겼다. 그래서 전략적 인내 정책이 간판은 그럴 듯하지만 사실상 북한 무시, 북핵 무대응을 포장한 것일 뿐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이클 그린 일본 석좌는 올해 초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모두 북한 대응에서 실패했지만 두 정부는 북한 문제를 최고 우선순위에 뒀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무대응의 대책이었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부터 북한 문제에 몸을 사린 건 아니다. 2009년 1월 취임식에서 그는 “미국에 주먹을 펴서 손바닥을 보여주면 적국과도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전 해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때 “집권하면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의 지도자들과도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한 발언의 연장선이었다. 북한과의 대결보다 대화, 포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북한이 그해 4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미국을 시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가 도발행위를 하지 않기 바란다”고 경고했지만 북한은 5월 2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오바마의 뺨을 두 번이나 때린 격이었다.

이후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은 “우리는 같은 말(same horse)를 두 번 사지 않는다”며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새로운 접근이 전략적 인내였다.

지난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은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사망선고다. 북한의 핵 보유 의지가 확고한 것이 확인된 마당에 미국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전략적 인내 정책을 수정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전략적 인내 정책의 실패로 미국 정부가 ‘불편한 선택’에 직면했다고 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실패한 것은 한국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북한 문제의 주 당사자가 우리임에도 최선을 다한 흔적이 없다. 북한 문제 해결을 미국과 중국에 ‘아웃소싱’했다는 비판을 누가 자신있게 반박할 수 있을까.

글=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