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3D 알바면 어때?”… 목돈 좇아 공장 가는 대학생들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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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이 필요했던 대학생 이모(23·여)씨는 지난달 10일 경기도 안양의 한 공장에 취업했다. 짧은 기간 동안 생산직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였다. 20일가량은 무난하게 지나갔다. 그러다 사고가 터졌다.

지난달 31일 조장이 불쑥 ‘바이메탈 압착기’를 다뤄보라고 했다. 그동안 만졌던 ‘터미널 압착기’가 아니었지만 조장은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권했다. 주변에서 초보자에게 기계조작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조장은 “물량은 많은데 인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기계 조작법 교육은 10여분 만에 끝났다.

이씨는 오전 8시부터 작업에 투입됐다. 8시간이 지났을 때 압착기에 눌려 오른손 검지 반 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했다. 근처 병원으로 옮겨 1시간30분가량 접합수술을 받아야 했다.

대학생들이 공장으로 향하고 있다. 노동운동을 위한 위장취업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눈높이를 낮춘 하향취업도 아니다. 목돈을 만져보려고 ‘3D 업종’의 단기 고위험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고 있다. 최저시급이지만 평일 8시간씩 꾸준히 일하면 수당까지 합쳐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 만질 수가 있다. 자격증도 필요치 않아 이런 일자리는 ‘문턱’도 없다.

업체 입장에서도 단기간이지만 손쉽게 일손을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씨 사례처럼 안전교육, 기계조작법 등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일에 투입되다보니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4대 보험 가입, 근로계약서 작성 같은 기본적 권리조차 챙기지 못한다.

‘공장 알바’를 찾는 20대가 급격하게 늘었다. 아르바이트 구직사이트 알바몬은 공장 아르바이트(생산·제조·품질검사)에 지원한 20대가 2012년 상반기 7만8611명에서 올 상반기 17만4841명으로 급증했다고 12일 밝혔다.

‘공장 알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기간에 제법 큰돈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치솟는 학비와 주거비, 생활비 등을 감당하려면 위험한 직종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경기도 안산에서 제습기 부품을 만드는 일을 했던 진모(25)씨는 “방학 때 바짝 벌어놔야 돈에 치이지 않고 학교를 다닐 수 있다”며 “대개 등록금에 보태거나 생활비로 쓴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한두 달 짧게 일하는 ‘미숙련 근로자’라는 데 있다. 방학 등을 이용해 일을 하고, 개강을 하면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별다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그때그때 공장에서 주는 일감을 맡아 처리한다. 안전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산업재해를 당한 8만3231명 중 일한 지 6개월 미만인 근로자는 4만9014명으로 60%에 육박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아직 훈련이 덜 된 미숙련 근로자들이 산업재해를 많이 당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공장 알바’는 주로 파견업체를 거쳐서 채용되기 때문에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 가입 등 권리를 보호받지 못한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도 잦다.

대학생 이모(26)씨는 “파견 온 비정규직은 4대 보험에 가입시켜주지 않는다고 들었다”면서 “월급이 2번에 나눠서 들어오는데 그마저도 밀릴 때가 많아 아르바이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장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파견노동자를 상대로 4대 보험을 들어주거나 근로계약서를 쓰는 곳은 거의 없다”며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보는 인식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이은지, 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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