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여파로 양산 단층 움직였나 기사의 사진
김기현 울산시장(오른쪽)이 12일 오후 7시44분과 8시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지역에서 각각 규모 5.1,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진과 관련해 울산시청 재난상황실에서 상황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한가위 연휴를 앞둔 12일 오후 한반도가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으로 들썩였다. 경북 경주 일대 내륙을 진앙으로 한 이번 지진의 규모는 5.8이었다. 동일본대지진 여파가 경남북 일대 지하에 자리잡은 양산단층에 미쳤다는 분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더 이상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양산단층 움직임에 주목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이 부산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이 자극을 받았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다만 양산단층을 자극한 원인은 정확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일본대지진의 여파가 양산단층에 영향을 끼쳐 이번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북 일대의 지각구조는 한반도에서도 복잡하기로 손에 꼽히는 지역이다. 부산에서 울진으로 이어지는 양산단층을 비롯해 울산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울산단층, 일광단층, 동래단층 등이 한데 모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산단층은 과거에 지진 활동이 일어난 적이 있어 토양 상태가 ‘지진의 충격’을 간직하고 있는 ‘활성단층’으로 꼽힌다. 활성단층에서는 향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동일본대지진 여파가 한반도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양산단층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학과 교수는 “동일본대지진 영향으로 단층이 힘의 교란을 받았다”며 “한반도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방향으로 2∼5㎝씩 끌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육상 지진은 단층활동이 원인인데 이번 지진의 진원은 양산단층 주변”이라며 “지하 12∼13㎞ 밑에서 특정한 원인으로 단층작용이 일어났고 이때 발생한 에너지가 지진파로 전달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일대의 지진은 역사가 깊다. ‘삼국사기’ 등에는 신라 혜공왕 15년인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민가가 무너지는 등 사망자 100여명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진이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준 지진으로 꼽힌다. 학계에서는 이 지진의 규모를 6.0 이상으로 예측해 왔다. 2004년 5월 29일에도 경북 울진 해역에서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최근 10년간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만 62차례에 달한다.

이준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경주 지역은 역사적으로도 큰 지진이 많이 발생했던 곳”이라며 “내륙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진앙과 주거지가 가깝고 체감 크기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반도 지진 안전지대 아냐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지적은 꾸준했지만 이번 지진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날로그로 지진을 관측하던 1978∼98년 사이에는 연평균 총 19.2회 지진이 관측됐다. 디지털 관측이 시작된 1999년 이후에는 이번 지진을 제외하고 매년 평균 47.6차례의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활성단층 분포와 상태에 대한 국내 학계의 이견은 첨예하게 갈려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대지진의 전조로 보기는 힘들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 교수는 “규모 5.0의 지진이 한 시간 정도 간격으로 연달아 발생했기 때문에 향후 더 큰 지진이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호준 삼성화재 글로벌로스컨트롤센터 수석연구원은 한반도에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이 수석연구원은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이번 지진을 통해 호되게 경험했다”며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규모 5.0짜리 지진이 10번 오면 규모 6.0짜리가 발생할 수 있고, 규모 6.0짜리 지진이 10번 발생하면 7.0짜리가 터진다고 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지진의 원인과 향후 전망 등을 분석하고 추정할 수 있는 연구 자체가 미미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탈리아 아마트리체에서 발생한 지진 규모는 6.3이었는데 마을이 쑥대밭이 됐다”며 “우리나라 건물도 규모 6.0 지진이면 위태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수민 김판 오주환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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