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 60여 차례… 떨어지고 깨지고 갈라지고 ‘공포의 밤’ 기사의 사진
12일 오후 7시44분과 8시32분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지역에서 각각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발생해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사진은 한 시민이 지진으로 상가에 진열된 물건이 떨어져 파손된 현장을 트위터에 올린 모습.트위터 캡처
1978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5.8 지진에 전국이 공포에 떨었다. 전국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져 고층아파트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낙석, 시설 파손, 부상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달았다.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공장의 일부 설비는 지진으로 인한 진동을 감지해 작동을 멈추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진동에 민감한 장비는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스스로 동작을 멈추게 돼 있다”며 “현재 다시 정상 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 최고(最高)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다. 롯데월드타워 시행사 롯데물산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 ‘헬스 모니터링 시스템’에는 경주 지진 발생 시각에 ‘규모 1.0’ 수준의 진동이 10∼15초 감지됐다.

진앙지 경주 ‘난리’

경북 경주시 인근에서 규모 5.1과 5.8 지진이 잇따라 발생해 시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후 8시32분쯤 경주시 남남서쪽 8㎞ 지역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앞서 오후 7시44분쯤에는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다. 두 번의 지진 이후에도 규모 2∼3의 여진이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오후 11시30분 현재 68차례 이어졌다.

경주 일대에서는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진앙지와 500여m 덜어져 있는 경주 내남면 부지리에서는 담벼락이 무너지고 집안의 TV와 벽시계 등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진 발생 후 마을회관에 모여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경주 전역에서 낙석, 물탱크 파손, 기와집 파손, 건물 균열 발생 신고가 잇따랐다. 건천읍 한 아파트에서는 방안의 TV가 떨어져 집안에 있던 할머니가 가슴에 부상을 입기도 했다.

경주 구정동에 사는 박동석(74)씨는 “집에 있는데 형광등이 떨어져 놀라 밖으로 대피했다”며 “이런 진동은 처음 느껴봤다”고 밝혔다. 경주에 사는 이모(62·여)씨는 “1차 지진에 이어 여진 때 찻잔이 떨어져 깨졌다”면서 “모두들 ‘큰일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집에서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전국이 ‘공포’

두 차례 지진으로 경북, 경남, 충남, 충북, 대전, 제주, 부산, 강원, 서울, 세종 등 전국 곳곳에서 강한 진동이 감지됐고 지역마다 수백에서 수천건의 신고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부산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인 80층짜리 두산위브더제니스 건물이 휘청거리고 63층 부산국제금융센터에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 L아파트 외벽에서 균열이 발견됐으며, 수영구 망미동 망미초등학교 앞 도로 일부가 금이 간 것으로 신고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고교에 긴급 전문을 보내 학교장 재량으로 학생들을 귀가 조치했다.

울산 농수산물센터에서 가게를 하는 김모(57)씨는 “추석 선물 포장 중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크게 흔들렸다”면서 “건물이 무너질 것 같아 상인들이 긴급히 가게에서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교통도 ‘멈춤’

지진으로 KTX 등 열차 38대가 정차 지령을 받고 멈춰선 뒤 서행하는 등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 때문에 경부선 대전 이남 구간에서 상·하행 열차 운행이 1시간 이상 지연됐다. 대구도시철도도 재난 매뉴얼에 따라 지하철을 일시 정차시켰다가 역마다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정상 운행에 들어갔다.

경주 일대 원자력발전소에는 아직까지 피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성과 한울원전에 지진 때문에 정지한 발전소는 없으며 원전은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근원지와 가까운 울산 산업단지에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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