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재익] 중산층을 늘려야 기사의 사진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10%가 전체 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상위 10% 소득집중도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특히 상위층에 소득이 쏠리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더구나 1997년 말 소위 IMF사태 이후 증가한 대부분의 부가 상위층에 흘러갔다고 한다. 양극화가 통계적으로도 입증된 셈이다. 양극화는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 소득과 부의 편중 현상이 심할수록 경제력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산층이 줄어든다. 또 감소된 중산층만큼 빈곤계층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빈곤은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낭비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같이 자연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적 자원이 가장 큰 자산인 점을 중시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부와 소득의 편중 현상은 왜 나타났는가. 그 해법을 찾는다는 관점에서 두 가지 원인을 거론해보자. 먼저 재벌가의 자연적 증가로 인한 여파를 들 수 있다. 경제개발 초기 소수이던 재벌이 3세대가 지나면서 가족, 친인척, 혼인 등에 의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증가한 재벌가의 사업 확보를 위해 일감을 몰아주기도 하고 중소기업의 영역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재벌가의 영역이 확장된 만큼 중소기업의 영역이 축소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경제 살리기도 재벌 감세로 대표되듯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재벌에 의존하게 되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양극화와 무관치 않다. 경기 활성화와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금융 불안을 극복한다는 정책목표를 내세워 집값 올리기에 역량을 집중시킴으로써 주택소유자의 부를 증가시킨 이면에는 내집 마련의 꿈은 멀어지고 급등한 임대료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면서 고통이 심화된 무주택자들이 있다. 재벌 친화와 부동산 친화적인 경제정책의 결과는 참담하다. 재벌 감세를 기반으로 투자 활성화와 고용창출을 기대했건만 재벌은 투자보다는 유동성 확보에 관심을 더 보이고 말았다. 중소기업의 쇠퇴와 함께 노동시장도 더욱 열악해졌다. 과거에는 중산층이 담당하던 일을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의 형태로 수행함으로써 실제 노동은 하고 있지만 임금이 낮아 빈곤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한 부동산 경기에 의존한 경제정책은 가계부채 급증, 하우스푸어 양산, 전월세 급등에 따른 주거불안 계층 확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도성장기를 주도하던 조선, 해운을 비롯한 철강,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 문제, 그리고 인구 구조도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특징지어지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어떠한 형태이건 특단의 돌파구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대기업 혹은 수출기업에 특혜를 줌으로써 세계를 놀라게 할 정도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1970, 80년대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므로 고도성장기와 유사한 논리에 기반을 둔 재벌 친화 정책, 부동산 시장을 통한 경기 활성화 정책 등은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가 없음이 소득 상위 10% 집중도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양극화 심화가 주는 정책적 시사점은 이제 재벌에 대한 부의 집중으로부터 벗어날 때라는 것이다. 국가경제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라도 중소기업의 활력이 회복되어야 하고, 중산층 강화 및 빈곤층의 중산층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나라경제를 살릴 진정한 창조적 혁신으로 중산층이 확대되기를 고대한다.

김재익 도시계획학과 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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