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71> 영화 ‘물숨’, 삶과 죽음의 경계 기사의 사진
영화 ‘물숨’의 포스터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은 해녀 이야기다. ‘7년의 촬영, 2년의 후반작업’이라는 수식어가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다. 영화 제작의 고단한 여정이 얼마나 치열하게 얽혀 있었는지 쉽게 감지된다. 9년 동안 고희영 감독은 물숨의 경계를 물 밖에서도 수차례 경험했을 법하다. 그럼에도 감독은 물숨의 근원을 아직도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다. 아니, 하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인 물숨은 해녀들에게 금기어로 통한다. 욕망의 찰나에서 목숨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숨이다. 그 함의를 단숨에 이해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물숨은 바닷속 해녀들이 바다 위로 나오기 전 숨을 참을 수 없을 때 마지막 한 번을 더 참을 것인가, 아니면 물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가르는 마지막 숨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일 넘나드는 해녀들의 욕망,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해녀들의 삶 ‘물숨’은 이달 29일 개봉된다.

고 감독은 ‘걸어서 별까지’라는 시구절로 영화 제작을 위한 좌절의 문턱을 견뎌냈다. 그리하여 제주 해녀의 물숨은 끝내 뭍으로 나와 빛을 발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을 수상한 ‘물숨’은 소치올림픽 폐막식 음악을 맡았던 세계적인 뮤지션 양방언이 음악감독을 맡아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집필한 송지나 작가가 각본을 맡아 해녀들의 삶을 농밀하게 그려냈다.

해녀들에게 바다는 밥이고, 바다는 집이었다. 인생을 오롯이 바친 바다는 해녀의 모든 것이었다. 다시 태어나도 또 해녀가 되고 싶다는 고해성사 같은 읊조림이 가슴을 잔잔하게 밀어붙인다. 그들에게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욕망의 대상이었다. 동시에 무덤이었다.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일은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었다. 물숨은 욕망을 다스리는 삶의 예견과 같다. 욕심을 내려놓는 운명의 순간이 영화 ‘물숨’을 통해 출렁거린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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