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진홍칼럼

[김진홍 칼럼] 내년 1월 潘風이 상륙한다

“반기문 총장, 귀국하면 정치권과는 거리 두고 대중들 마음 얻는데 주력하기를”

[김진홍 칼럼] 내년 1월 潘風이 상륙한다 기사의 사진
여소야대로 나타난 지난 4·13총선 민심과 총선 이후 반성할 줄 모르는 여당의 모습은 ‘차기 대선은 해보나마나’라는 견해를 확산시켰다.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년에 치러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 그런 대선판에 역동성이 커질 모양이다. 잠재적 대선주자였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권력 의지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 탓이다.

추석인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에서 반 총장과 만난 정세균 국회의장,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면, 반 총장은 유엔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뒤 내년 초 귀국해 대선행보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 의장 등은 회동 후 반 총장의 대선 출마는 확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5월 방한했을 당시 ‘국가통합’을 언급하며 대권 도전을 시사한 것보다 더 강한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0년간 ‘세계 대통령’으로서 지구촌 곳곳을 누빈 경험을 토대로 ‘한국 대통령’으로서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심정이 점차 확고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당은 반 총장이 여당에 들어올 것인양 반기는 모양새다. 반면 문재인 안철수 등 내로라하는 주자를 갖고 있는 야당은 떨떠름하다.

견제 움직임도 나타난다. 외교관인 반 총장이 글로벌 이슈에 대한 식견은 탁월하겠지만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저출산 등 국내 현안들을 풀어나갈 능력이 있겠느냐는 회의적 질문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들이 아니다. 빈곤과 여성권익 증진, 인구 문제는 거의 모든 나라가 겪고 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해결을 위해 노력했던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만의 사정을 감안한 세밀한 해법은 아직 없을지라도 큰 틀이나 철학은 갖고 있지 않을까 싶다. 더욱이 여태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이 반 총장에게 이런 지적을 할 계제가 아니다.

아울러 반 총장이 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갖고 있을까 하는 의문과 신상털기를 비롯한 정치권의 혹독한 검증 과정을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보혁으로 양분돼 있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통합의 리더십은 지난한 과제이며, 반 총장에게만 해당되는 사안도 아니다. 검증 과정은 온전히 반 총장의 몫이겠지만, 권력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선 출마를 포기시킬 만한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측근들은 자신하고 있다.

정치권은 닥치지도 않은 미래를 예상하며 왈가왈부할 게 아니라 반성부터 해야 한다.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반 총장이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기존 정치권이 미덥지 못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지금껏 정치 지도자들이 잘해왔다면 반 총장은 아예 대선후보 여론조사 대상에서 빠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말로만 그치고 있는 정치개혁을 실천에 옮겨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다면 ‘반기문 현상’이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은 귀국 후 정치권보다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데 주력하는 게 옳을 듯하다. 정치권을 움직이는 건 결국 대중이고, 현재의 3당 구도는 불안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선이 임박할수록 정치권은 대중들이 지지하는 후보 쪽으로 쏠리기 마련이다. 충청·영남의 연대를 비롯한 정치공학적 접근방식을 버리고, 새누리당 친박계나 야당과의 접촉을 자제하면서 대중들 마음을 얻어 나가야 한다.

18대 대선 때의 ‘안철수 바람’처럼 19대 대선에선 ‘반기문 바람’이 불 것 같다. ‘반기문 바람’의 한반도 상륙 시점은 반 총장이 유엔 여권을 반납하고 귀국하는 내년 1월이다. 그리 멀지 않았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