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김형준의 본립도생 기사의 사진
2013년 10월 21일 검찰 국정감사장의 기이했던 장면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국가정보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팀장이던 윤석열 검사가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며 직속상관들을 작심하고 들이받았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런 항명은 생각도 못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검찰의 자중지란 양상이 이처럼 극명하게 표출된 적은 없었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김형준 부장검사에게도 발언 기회가 갔다. 분위기 환기 차원에서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장의 소회를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공자의 제자인 유자의 이야기 중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의 생뚱맞은 자찬(自讚)을 보던 검찰 간부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거참, 눈치하고는…. 지금이 사자성어를 찾을 때인가.” 그 한 달 전 특별환수팀의 중간 설명자료에도 본립도생이란 말이 끼어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무렵 김 부장은 본립도생을 신조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그런 김 부장에게 지금 ‘스폰서 검사’ 딱지가 붙어 있다. 그의 본(本)은 기껏해야 3년을 가지 못할 정도로 허약했거나, 혹은 애초부터 검찰청과는 먼 곳에 욕망이란 이름으로 세워져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각 좀 도와줘라. 검사장 승진에도 그렇고 차후 총선에 나가려 해도 공천부터 굳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서.” 김 부장이 고교 동창 김모씨에게 자기 소유 부동산 매각을 부탁하면서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그 본의 밑바닥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검사라는 직업은 본인의 출세욕,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동창이 김 부장에게 술을 사고 돈을 댄 건 ‘친구 김형준’이 아니라 부장검사라는 직위가 필요했기 때문일 터. 김 부장이 “친구야, 저녁에 다시 뭉치자”는 말을 뱉는 순간 이미 검찰권의 거래는 이뤄졌다.

인기 ‘미드’(미국 드라마)는 해마다 시즌을 바꿔 돌아오지만 벤츠 검사, 뇌물 검사, 성추문 검사 등 본을 팔아버린 검사들의 막장 시리즈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글=지호일 차장,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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