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뒤끝’ 아닌 배려… ‘명절 이혼’ 막는다 기사의 사진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명절을 전후한 부부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가 잦다. 오랫동안 못 봤던 가족, 친척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어떤 부부에겐 다툼의 씨앗이다. 전문가들은 ‘배려’와 ‘존중’을 조언했다.

결혼 11년차인 조모(43)씨는 명절마다 남편과 자주 싸웠다. 술을 좋아하는 남편은 본가와 처가에서 점심부터 늦은 밤까지 얼굴이 벌게지도록 술을 마셨다. 조씨가 잔소리를 하면 남편은 “명절에 술도 못 마시느냐”며 역정을 냈다. 명절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감정 대립이 심해지면 이혼 얘기까지 나왔다. 이번 추석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씨는 18일 “저녁을 먹고 친정에 가기로 한 약속을 남편이 술을 마시느라 어겼다. 결국 친지들 앞에서 ‘이혼하자’며 소리 높여 싸웠다”고 말했다.

명절 연휴가 지나고 나면 기혼 여성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조씨 부부처럼 다퉜다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혼’을 검색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네이버 트렌드’ 통계를 보면 지난해 추석 연휴의 다음 주(10월 5일부터 시작하는 한 주)에 ‘이혼’을 키워드로 검색한 빈도가 연휴가 낀 주(9월 28일부터 시작하는 한 주)보다 15.5% 늘었다. 추석 연휴의 다음다음 주(10월 12일부터 시작하는 한 주)에는 이 빈도가 전주 대비 22.0%나 증가했다. 연휴 이후에 ‘이혼’을 검색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네이버 트렌드는 네이버에서 특정 키워드를 검색한 빈도를 보여준다.

다툼이 진짜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오모(37)씨는 지난해 10월 이혼에 합의했다. 추석을 앞두고 티격태격하던 부인은 연휴기간에 친정으로 가버렸다. 아무리 설득해도 마음을 돌리지 않자 오씨 부부는 지난해 추석을 끝으로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명절 이혼’은 통계로 입증된다. 결혼정보 업체 온리-유와 비에나래가 지난 8∼16일 ‘돌싱’(이혼하고 다시 혼자가 된 이들) 남녀 472명에게 ‘추석과 같은 명절이 전 배우자와 이혼을 결심하는데 영향을 미쳤는가’라고 물었더니 남성 응답자의 44.5%, 여성 응답자의 60.2%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접수된 이혼소송은 3543건으로 추석 연휴가 있던 9월(3179건)보다 11.2% 늘었다. 설 때도 비슷했다. 지난해 설 연휴가 끼어 있던 2월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2540건인 반면 3월에 접수된 이혼소송은 3539건으로 전월 대비 39.3%나 증가했다.

명절을 본래 의미대로 즐겁게 보낼 방법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성과 여성이 합의해 명절문화를 바꾸라고 권한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통이 중요한 명절문화에선 여성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며 합의하려는 노력을 통해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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