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정계 개편 기사의 사진
삐삐가 울렸다. 상도동 전화번호였다. 뭔가 중요한 일이라고 직감했다. 전화했더니 YS(김영삼 전 대통령) 측근이 받았다. “빨리 상도동으로 오세요. 총재님께서 발표할 것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정가에서는 정계 개편설이 퍼지고 있었다. 정치부 고참 기자들은 월간지에 장편의 전망 기사를 쏟아냈다. 정계 개편을 기정사실로 하고 소폭이냐 중폭이냐를 놓고 관측이 엇갈리던 시절이었다. ‘총재가 직접 발표한다고 하니 소폭은 아니고 중폭 이상의 정계 개편이 있겠구나’ 하는 상념에 잠기면서 상도동으로 향했다.

기자들이 당도하자 YS가 입을 열었다. “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합당하기로 했어.”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제1야당인 평화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DJ(김대중 전 대통령)가 아니라 민정당과 합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YS와 배석자들은 합당 배경과 과정 등을 소상히 설명했다. 통일민주당에서 합당에 반대한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합당 대열에 합류했다. ‘3당 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YS는 제2야당의 간판을 내리고 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에서 비주류 보스의 길을 선택했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숱한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는 14대 대 선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범을 잡으러 호랑이굴로 들어갔다’는 것을 대선을 통해 입증한 셈이다.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한 DJ는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와 손을 잡았다. ‘DJP 연합’을 통해 집권하면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합당은 아니지만 정치적 연합을 한 것이다. 15대 대선에서 승리한 DJ는 JP를 국무총리로 임명했다. DJP 연합 합의사항 가운데 중요한 항목을 지켰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원외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18일 경기도 광주 해공 신익희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통합을 선언했다. 해공 선생이 민주당을 창당한 지 61주년이 되는 날을 발표 시점으로 잡았다. 추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통합 선언이고, 법적으로는 흡수 합당”이라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 개편의 서곡일 수 있다. 앞으로 더민주는 약칭을 ‘민주당’으로 쓸 계획이다.

추 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의 적통(嫡統)임을 강조하며 내년 대선을 치를 것이다. 19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을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름만 바꾼다고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글=염성덕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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