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1부>] ‘사용후핵연료’ 저장 임시변통 언제까지…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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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된 뒤 나오는 우라늄 연료 다발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인 셈이다. 이는 30년 가까이 갈등을 겪다 우여곡절 끝에 들어선 경주 방폐장에 처분하는 중·저준위 폐기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매년 750t씩 쏟아져 나오는 사용후핵연료는 각 원전 내에 임시저장 중이다. 그런데 임시저장 시설들도 2019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된다. 그 이후엔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이제 겨우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처분할지 첫삽을 뜨기 위한 정부 계획안이 마련됐다. 이 계획이 실행되기까지는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최근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노천에 쌓여 있는 원전 폐기물을 바라보는 원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서로 대놓고 말하기 꺼렸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이제는 공론화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일보는 우리가 원자력발전을 통해 값싼 전기와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동안 뒷전으로 미뤄뒀던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를 10회에 걸쳐 다루고자 한다.

사용후핵연료 쌓아둘 공간 부족

원전마다 발전을 위해 쓰이는 핵원료는 3∼4년 이용 후 새 원료로 대체된다. 이때 다 쓴 핵연료는 현재 원전마다 내부 임시 저장소에 보관된다. 그런데 임시 저장소의 용량은 정해져 있다. 이름 그대로 ‘임시’ 거처이기 때문이다. 실제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원자력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를 2016년까지 원전 부지 내에서 관리한다고 의결했다. 당시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올해에는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를 이전시킬 중간 저장시설이 마련됐어야 한다. 그러나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포함한 고준위 폐기물 관리 정책 논의는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계속 지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9일 “당시 중간저장시설 건설을 포함한 고준위 폐기물 관리 정책을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키로 했기 때문에 밀어붙일 수 없었다”면서 “결과적으로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 기간도 일정 기간 길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이 지연되는 사이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의 포화 시기는 눈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수로형 원전인 월성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은 총 저장 용량의 81.8%가 찼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2019년부터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더 보관할 공간이 없어진다. 한빛원전과 고리원전도 5년 후 순차적으로 저장 용량이 부족해질 전망이다. 그나마 원전별로 사용후핵연료 보관 간격을 줄이는 조치(조밀랙 설치)와 각 호기 간 폐기물 이송 등 보완책을 동원해 포화 시기를 최대한 늘린 것이다.

영구 처분 시설 시급성 외면 말아야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이 대안 없이 완전히 다 차버리면 그 원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 된다. 음식물쓰레기로 치면 그동안 내다버릴 집하장과 최종 처리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그 집안에 있는 쓰레기통마저 가득 찬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기존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을 추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쓰레기 중간 집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 저장시설 건설 목표 시기인 2028년 전에 포화상태에 다다르는 월성, 한빛, 고리 원전이 일차 확충 대상이다. 중간 저장시설이 늦어질 경우 2037, 2038년 포화되는 한울, 신월성 원전도 임시 저장에 여유가 없다.

그러나 임시 저장시설 확충이 최종 대안이 될 순 없다. 최근 경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임시 처분 상태인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임시 저장시설에 의존하는 것은 결국 기존 원전 지역 주민들에게만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방사능 물질의 반감기를 고려할 때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인체에 급성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낮아지려면 10만년 가까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으로 지하 500m 이상 심지층에 보관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의 최종 종착지는 사람과 거의 영원히, 완전하게 격리시킬 시설이라는 얘기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에 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설치됐던 공론화위원회도 중간 저장시설을 거쳐 바로 심지층에 보관하는 직접 처분 방식을 권고했다. 한국이 앞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게 되더라도 폐기물 용량이 줄어들 뿐 폐기물을 최종 처분할 부지는 필요하다.

최종 처분장은 입지 선정뿐 아니라 건설에도 수십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부터 최종 처분 방식과 부지 선정 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지적이 높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올해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핀란드는 1980년대부터 방폐장 처분 방안을 고민해 왔다.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에 참여했던 조성경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가 주민 반발 등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꾸 미뤄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대한 안전규제 강화 등을 통해 신뢰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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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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