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실패 경험 토대 첫 로드맵… 부지 선정 ‘산 넘어 산’ 기사의 사진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대한 방향과 절차를 담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 방폐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 제정안이 19일 입법예고를 마쳤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국회에 제출하기 위한 최종 정지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고준위 방폐물 기본 계획은 올해 안에 법이 통과되고 모든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2052년 이후에 마무리되는 대장정을 담고 있다. 논란과 우려가 크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원전 지역 주민들과 정부, 국회가 차분하고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분 ‘입법화’ 의미

정부가 내놓은 기본계획은 사용후핵연료를 중간 저장 및 최종 처분할 부지를 선정하고 처분장을 건설하는 절차와 기간 등을 규정하고 있다.

총 12년에 걸쳐 부지를 선정하고 중간 저장시설은 이후 7년, 영구 처분시설의 안전성을 실증 연구하는 지하 연구시설은 이후 14년 동안 우선 건설하는 계획이다. 최종 단계인 영구 처분시설은 24년에 걸쳐 건설된다. 정부안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고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가정하면 2028년 부지 선정을 마치고, 2035년 이후 중간 저장시설, 2053년 이후 영구 처분시설 가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전체적인 밑그림이다.

정부가 이처럼 구체적인 시기를 담은 로드맵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은 법률로 명시했다. 현재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까지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정부 정책 결정 번복 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절차의 입법화를 추진한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은 2013∼2015년에 걸친 공론화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반영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등 관리 시설부지 확보를 시도했지만 9차례나 무산됐고 그 결과 중저준위 시설만 경주에 마련됐다”면서 “그 같은 실패를 바탕으로 이번 고준위 방폐물 로드맵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까지 방폐장 부지 마련

다만 정부가 모든 절차를 진행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부분은 역시 부지 선정이다. 정부는 독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전 국토를 대상으로 부적합 지역을 걸러낸 뒤(1년) 적합 지역 중 지방자치단체장의 공모를 받아(1년) 후보지 대상 기초조사를 하고(1년), 주민 의사 확인 절차(1년)를 거치는 4단계 절차를 마련했다. 이후 주민 의사까지 확인된 지역에 대해 또다시 최종 부지 심층 조사를 진행한다. 1차 4단계에 8년, 마지막 심층 조사에 4년이 소요된다. 현재 영구 처분장 건설에 들어간 핀란드가 1978년부터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해 2001년 최종 확정한 것과 비교해도 10년 이상 짧은 기간이다. 특히 정부 계획은 과거 부안사태 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자체장 공모에도 지방의회 의결을 구하도록 하고, 주민 의사 확인 절차도 별도로 마련하는 등 ‘주민 동의’에 무게를 뒀다. 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두려움 등을 감안할 때 부지 공모에 지자체들이 아무도 나서지 않는 등 초기부터 난관에 부닥칠 수도 있다.

정부도 이런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로드맵 역시 향후 국내외 상황 변화와 에너지 정책 변화 등을 반영하기 위해 5년마다 보완·수정토록 여지를 열어뒀다. 산업부 채희봉 에너지자원정책실장은 “(부지 확보 어려움에 대비해) 국제 공동저장·처분 가능성도 열어두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부지 선정을 못 하더라도 밀어붙이는 방식은 안 된다는 원칙이 깔려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민 대다수가 신뢰할 수 있는 지질 정보를 확보해 입지 선정에 타당한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은 현재 기관별로 각 분야에 맞는 지질 자료가 산재돼 있는 상태다. 전 국토의 지질 특성을 체계화한 데이터베이스는 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채병곤 지질환경융합연구센터장은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모두 참여해 지질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 자료 투명성이 우선돼야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 처분장 논란 해소도 시급

정부의 기본 계획이 가장 먼저 부닥칠 난관은 임시 처분장 확대다. 정부는 중간 저장시설이 설치되기 전 현재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 포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월성·한빛·고리원전 내 건식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간 저장시설 가동 이전까지 불가피하게 원전 부지에서 관리한다는 일반 원칙 외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명시한 내용은 없다. 사용후핵연료를 추가적으로 더 많이 안고 가야 하는 원전 부지 지역 주민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과 협의하라고만 돼 있다. 이렇다보니 기존 원전 지역에서 기본계획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전 운전을 중단할 게 아니면 정부 계획이 아니라도 저장시설을 더 지어야 했던 것”이라면서 “지원 문제는 한수원이 책임지더라도 사용후핵연료 보관 용량이 커진 만큼 원전 부지 안전관 리 강화 방안 등을 정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방폐장 38년 논란 결론내자 <1부>] ‘사용후핵연료’ 저장 임시변통 언제까지…

실패 경험 토대 첫 로드맵… 부지 선정 ‘산 넘어 산’

“언제 또 지진 올지 모르는데… 고준위폐기물 대책 서둘러야”

원전 시설, 규모 7.0 지진 견디도록 보강한다

영구 처리시설 절박함엔 공감… 기존 원전 지역 추가 부담엔 난색

글=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