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신성환] 고위험 자영업 어떻게 하나 기사의 사진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가정 중 하나가 인간은 위험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투자해 ‘220만원을 벌 확률이 2분의 1, 원금을 모두 잃어버릴 확률이 2분의 1’인 경우 예상 회수 금액이 110만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하지 않을 수 있다. 투자자가 손해 볼 상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가정의 타당성은 금융시장에서의 ‘고위험·고수익, 저위험·저수익’ 원칙에 잘 나타나 있다. 그러나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네만 프린스턴대 교수는 행동경제학자 아모스 트버스키와 공저한 1979년 ‘전망이론(prospect theory)’ 논문에서 인간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경우 위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즉 투자손실을 볼 경우 ‘모 아니면 도’ 식의 무모한 베팅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공적연금은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위험자산 비중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현상 역시 공적연금운용자들이 손실 상황에서 위험을 더 선호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문제도 이러한 투기적 의사결정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한국은행 및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국내 은행의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은 연간 10%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2015년 하반기 이후 자영업자 수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자영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5월 현재 자영업자 대출금액의 90%가 40대 이후, 그리고 60%가 50대 이후에 몰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2013년 기준으로 자영업의 주종을 이루는 음식, 숙박업의 3년 생존율은 28.5%로 전체 기업(38.2%)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첫째, 자영업은 생존율 측면에서 고위험 사업이고, 둘째, 자영업자의 대부분이 은퇴를 앞둔 시점에 사업을 시작하고 있으며, 셋째, 자영업자의 부채가 계속 증가하며 감당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처럼 개인들이 40대 이후 부채에 의존하며 고위험 사업인 자영업에 종사하게 되는 현상은 전형적인 위험선호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즉 조기 퇴직 후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투기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재무적인 관점에서 안정적 근로소득이 있어서 어느 정도의 위험을 택해도 되는 젊은 시절에는 극도로 보수적으로 투자를 하다가 근로소득이 소멸되는 은퇴 시점이 되어서 고위험 투자를 하는 잘못된 의사결정의 대표적 사례인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은 물론 개인의 퇴직 시점을 늦추고 고용시장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도 자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는 개인들이 자영업을 시작할 때 지나치게 큰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 노력해 개인들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자영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은퇴 시점이 아닌 20대나 30대에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줌으로써 설사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갖고 재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가 서비스산업 선진화에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자영업의 위험을 낮추고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대기업이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정책과제일 것이다.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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