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 경주 부지리 가보니… “약간 흔들려도 철렁 불안해 못살겠습니더” 기사의 사진
경북도는 20일 경주 지진 피해를 입은 건축물에 대해 여진이나 호우, 태풍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기술자로 구성된 응급복구반을 긴급 투입했다. 사진은 작업자들이 이날 경북 경주시 황남동의 지진 피해를 입은 한 식당 지붕에서 기중기를 이용해 기와 교체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하루하루가 불안해서 못 살겠니더.”

경주 강진 이후 최대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1리 마을회관을 20일 오전 다시 찾았다. 이곳에는 마을 할머니 4명이 모여 TV를 보며 쉬고 있었다. 김모(80) 할머니는 “전날 밤 일어난 강한 여진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부지1, 2리는 앞서 발생한 강진의 진앙지 부근에 위치해 있다. 현재 115가구 217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70, 80대 고령이다.

마을은 지난 12일 발생한 강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내려앉은 기와지붕, 갈라진 벽, 무너진 담장 모두 그대로였다.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겨우 안정을 찾아가던 중에 다시 강한 여진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진 공포’는 이제 이곳 주민들의 일상에 뿌리를 내렸다. 부지1리 주민들은 강한 여진 직후 마을회관에 모여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주민들은 조마조마하다 밤 12시쯤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계속된 지진 공포는 주민들의 일상을 바꾸었다. 청심환은 상비약이 됐고, 지진 관련 뉴스와 정보는 꼭 챙겨보게 됐다. 작은 흔들림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지진 트라우마’에 떨고 있다.

부지1리 주민 김모(65·여)씨는 “뉴스를 보고 이번 여진이 인근 덕천리에서 난 것을 알게 됐다”며 “요즘에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도 놀라 지진이 난 것 아니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부지2리 주민들도 두려움에 떨며 밤을 지새워야 했다. 강한 여진이 일어난 직후 부지2리 박종헌(61) 이장이 방송으로 주민들을 마을회관으로 모았고, 홀로 사는 노인 13명은 끝까지 마을회관에 남아 잠을 청해야 했다.

이번 여진의 진앙지인 덕천리 주민들도 뜬눈으로 밤을 보내야 했다. 덕천1, 2, 3리에는 187가구 39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부지리와 마찬가지로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다.

덕천1리 주민 임병호(88) 할머니는 “집에 있으면 자꾸 멀미가 나는 것 같아서 마을회관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청심환을 안 먹으면 잠시도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원전과 산업시설이 밀집한 울산도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울산을 중심으로 부산 기장군과 경주 월성, 울진에는 원전 12기가 가동 중이다. 그야말로 ‘단일지역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다.

20일 아침 직장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무사히 밤을 보낸 것에 안도하며 안부를 물었다. 남구 석유화학공단 내 한 기업체에서 일하는 김모(30)씨는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국이 아니라는 사실에 살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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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울산=최일영 조원일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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