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치 한꺼번에 기운 첨성대… ‘대수술’ 논란 기사의 사진
신라 선덕여왕 재위(632∼647)때 건립된 국보 제31호 첨성대는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불린다. 1500년의 세월을 버텨온 첨성대가 최근 지진 피해로 해체·보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국립문화재연구소 직원이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첨성대의 지진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내진 설계의 지속인가. 현대 건축기술을 통한 해체·보수인가. 천년 고도(古都) 경주를 강타한 강진 이후 국보 제31호 첨성대의 대수술 여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화재청은 20일 오후 첨성대에 대한 추가 정밀 조사를 통해 상태를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 논의와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보수를 위해 해체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경주 인근의 규모 4.5 여진 이후 문화재 추가 피해 조사 결과도 나왔다.

첨성대는 지난 12일 규모 5.8 강진으로 2㎝ 기울었다. 지반침하로 매년 0.1㎝씩 기울던 걸 고려하면 지진으로 20년치가 한꺼번에 기운 셈이다. 방위기준이 되는 상부의 정자석(井字石)마저 뒤틀어졌던 첨성대는 이번에도 눈에 띄는 ‘외상’을 입었다.

첨성대 전문가인 김덕문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우물정(井)자 모양으로 짜맞춰진 정자석은 지난번 지진으로 부재 하나가 서쪽으로 5㎝ 밀린데 이어 어제 북쪽으로 통째(3.8㎝)로 밀려 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재가 부서진 것은 없어 피해라고 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첨성대는 하부가 상부보다 직경이 더 크고 12단까지는 내부가 흙으로 채워져 있다”면서 “무게중심이 아래쪽에 있어서 진동이 와도 오뚝이처럼 견디는 복원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현대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 쓰이는 기법이 일부 적용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지진과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재발한다면 첨성대 정상부의 정자석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상청장이 향후 한반도에서 규모 6.0 초반의 지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듯 한반도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 이로 인한 ‘지진 포비아’가 퍼지며 첨성대 해체·보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가 피해가 확인된 문화재 보수를 위해 23억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밝혀 해체론에 기름을 붓는 양상이다. 일부 지진 공학자를 중심으로 현대판 내진 설계의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섣부른 문화재 보수가 더 큰 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최근 일거리가 많이 줄어든 문화재 보수업자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재난지역을 선포하면 문화재 수리를 핑계로 첨성대도 해체해 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문화재 보수 예산이 일부 업자들의 손에서 놀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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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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