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4차 산업혁명과 유연성 기사의 사진
2차대전 전 필리핀과 일본 생활 경험이 있던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동양인의 특성과 그 사회의 시스템을 아주 잘 알았다. 맥아더는 개전 초기 필리핀에서 필사의 탈출을 한다. 이후 호주에 최고사령부를 차리고 남서태평양 섬들을 탈환하며 마닐라로 향할 때 야전 지휘관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이 있다. “귀관들은 일본군 부대와 만나면 먼저 공격하라. 그들은 잘 훈련되고 정신무장이 된 아주 강한 군대지만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으면 우왕좌왕한다. 교육과 훈련이 경직돼 있어 그네들은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한다.”(‘더글러스 맥아더 1880∼1964’ 윌리엄 R 맨체스터, 박광호 역). 원래 기습공격을 선호하기도 했지만 맥아더는 미·일군의 차이점을 유연성과 경직성에서 봤고, 유연성의 우월함을 최대한 활용했다. 개별 사례의 상반되는 평가와 시각이 있지만 맥아더의 천재적인 군사 전략과 전술이 일본군을 궤멸시켰다는 점은 전쟁사가들의 공통 견해다.

맥아더가 평생 자랑으로 삼고 사랑했던 육사(웨스트포인트)의 교육목표 중에는 창의성과 팀워크가 있다. ‘목표는 주어지되 정해진 방법은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창의성과 유연성은 함께 다닌다. 오죽하면 ‘웨스트포인트처럼 하라’는 등의 창의성·리더십 계발서가 수없이 나왔을까.

너도나도 사물인터넷과 로봇공학,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한다. 이런 미래먹거리 분야를 꿰뚫는 단어가 경직성 파괴, 유연성 확보다.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국민일보가 21일 주최한 ‘국민미래포럼 2016’에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미래를 위해) 현 상태 그대로 갈 수 없다”고 단언하고 경직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국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 순위가 25위다. 그 판단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유연성 항목이다. 노동유연성이 83위, 법률시스템이 62위다. 경직성을 타파하고 유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세대가 설 땅이 없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