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열풍 ‘K뷰티’, 튀는 아이디어·차별화된 기술의 힘 기사의 사진
K뷰티 시대를 연 BB크림과 쿠션팩트 업체들은 개편된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뷰티 한류를 이어가고 있다. 닥터자르트 '실버라벨 리쥬비네이팅 BB크림'(사진 왼쪽), 일본에서 한정 판매된 '미샤 M 매직쿠션 스타더스트'(사진 가운데 위), 아이오페 '에어쿠션', 한스킨 '수퍼 매직 BB크림'(사진 오른쪽). 러시아에 진출한 닥터자르트 매장에서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아래). 각 업체 제공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 뷰티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K뷰티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아시아에서 시작된 열풍은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K뷰티 열풍은 10여년 전 ‘BB크림(블레미시 밤·Blemish Balm)’으로 시작됐는데, 이후에도 국내 뷰티 업계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아이디어와 기능을 더한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을 출시하며 뷰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BB크림에서 쿠션팩트까지

최근 뷰티 트렌드로 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물광’ ‘극광’ ‘윤광’ 등이다. 이들 모두 얼굴 본연의 광을 잃지 않으면서도 환하고 밝은 피부를 연출하는 뷰티 트렌드를 뜻한다. 이러한 뷰티 용어가 탄생한 것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한국 화장품이 전 세계 우뚝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광’ 메이크업을 가능케 한 BB크림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BB크림을 가장 먼저 출시한 업체는 한스킨이다. 2005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코스메카코리아와 함께 BB크림을 처음 출시한 한스킨은 제품 하나로 소위 대박이 나면서 수십개의 유사 상품을 만들어냈다. 함께 BB크림 1세대 업체로 꼽히는 곳은 닥터자르트다. 닥터자르트 역시 비슷한 시기 피부과 시술 후 얇아진 피부 표면을 자외선으로부터 차단하고 피부 톤 보정을 해주는 병원용 크림을 콘셉트로 BB크림을 개발했다. 적은 양으로도 자연스러운 커버가 가능하면서 얼굴 빛을 밝게 해주는 BB크림이 인기를 끌면서 ‘쌩얼(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얼굴)’ 열풍도 불었다. 국내 여성들이 BB크림에 열광하자 2007년부터는 홈쇼핑과 로드샵 등을 통해 BB크림이 대표 상품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됐다.

때마침 드라마와 영화, 가요 등을 중심으로 한류 열풍이 불었고,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BB크림이 해외로 입소문을 타고 번지게 된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별 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해외 유명 뷰티 브랜드들도 BB크림 열풍에 주목했고, 국내 OEM 업체와 잇따라 계약을 하며 BB크림과 유사한 제품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바비브라운과 랑콤, 디올 등은 기존 BB크림 콘셉트에 높은 자외선 차단 지수를 추가하거나 에센스 등을 첨가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BB크림은 로드샵 브랜드를 통해 출시되며 ‘국민 화장품’이 됐다. 로드샵 브랜드로 유명한 에이블씨앤씨의 미샤 역시 2007년 ‘M 퍼펙트 커버 BB크림’을 선보였다. 가격 대비 기능이 뛰어난 ‘가성비 갑’ 화장품으로 불리며 브랜드를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국내 뷰티 업계는 BB크림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 연구에 매진했다. BB크림에 이은 CC크림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후속 제품 중 BB크림 바통을 확실히 이어받은 것은 바로 ‘쿠션 팩트’로 꼽힌다. 2008년 아모레퍼시픽 아이오페가 처음 ‘에어쿠션’을 선보이며 쿠션 팩트가 빠르게 뷰티 트렌드로 번졌다. 쿠션 팩트는 파운데이션을 스펀지에 흡수시켜 얼굴에 문지르지 않고 찍어 바르는 화장품으로 해외 업체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제품이다. K뷰티 대표 상품으로 꼽힐 정도로 쿠션 팩트는 새로운 제품군으로 떠올랐다. 랑콤과 바비브라운, 입생로랑, 에스티로더, 디올, 맥 등 글로벌 업체들도 쿠션 제품을 선보였다. 닛케이트렌디는 올해 상반기 히트 상품 중 하나로 한국 발 화장품의 강점을 보여준 쿠션 팩트를 선정할 정도로 뷰티 제품을 쓰는 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일본 소비자들 역시 이 제품에 열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샤 ‘M 매직쿠션’은 올해 상반기 일본 시장에서 누적판매량 110만개를 돌파하는 등 쿠션 팩트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K뷰티 날개 단 업체들 해외 진출 가속화

1세대 BB크림 업체로 꼽히는 닥터자르트는 미국 대형 뷰티 체인인 세포라에 진출하면서 2011년 BB크림을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세포라 매장 내 ‘BB크림 존’이 따로 설치될 정도로 미국 시장에서도 BB크림은 K뷰티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미국, 러시아, 중국, 중동까지 전 세계 17개국에 진출해 K뷰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BB크림 열풍을 이을 제품으로 ‘세라마이딘 크림’을 출시했고 글로벌 뷰티 업체인 에스티로더로부터 아시아 뷰티 브랜드 최초로 지분 투자를 받기도 했다.

한스킨은 바이오 업체인 셀트리온에 인수되면서 셀트리온스킨큐어 브랜드로 변신했다. 셀트리온이 바이오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화장품에도 반영해 의학 검증 성분을 함유한 기능성 화장품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뷰티 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K뷰티 활약에 힘입어 지난 2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7% 성장한 1조7197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27.1% 늘어난 3097억원을 올렸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세계의 패러다임이 아시아 시대로 바뀌고 있는 지금 아시아 미를 창조하는 기업, 아시아의 가치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아시아 대표 뷰티 업체로서 활동 무대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브랜드는 드라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 소비자를 중심으로 전세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 2분기 매출액이 1조5539억원, 영업이익이 225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5%, 34.1% 증가했다. 후, 숨37 등 럭셔리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중이고 중국, 일본, 미국, 대만, 베트남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 20개국 이상에 진출해 있다. 미샤는 BB크림, CC크림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등 32개국에 진출해 K뷰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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