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송인수 사교육걱정 대표] “올해 목표는 입시·채용 때 출신학교 차별 금지 법제화” 기사의 사진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행학습 금지, 출신학교 차별금지, 고교입시제도 개선 등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시민 4200명으로부터 월평균 2만5000원의 후원금을 받는 시민단체가 있다. 한 해 13억∼15억원을 모은다. 정부 지원금은 한푼도 받지 않는다. 정부 돈을 받으면 목표했던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정권이 바뀌면 지원금이 끊기고, 직원들을 내보냈던 많은 시민단체의 선례도 교훈이 됐다. 돈이 필요하면 후원자들에게 “돈이 더 필요합니다”라며 당당히 편지를 띄운다. 9년째 사교육 문제를 파고든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송인수(52) 공동대표 얘기다. 송 대표는 “후원자들은 기부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가치에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투자를 하면 리턴이 있어야 하고, 리턴은 실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이라고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매년 후원자들에게 일종의 보고서를 보낸다. 올해 목표했던 일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부분을 성사시켰고, 관련 예산은 이렇게 썼다는 보고서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삼각지 근처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송 대표를 만났다.



-올해 목표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인가.

“이달 초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을 통해 출신학교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대학입시와 기업 채용에서 출신학교를 표시하거나 물어보지 않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고용노동기본법 7조는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로 지원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이번 법은 이를 구체화한 법이다. 어떤 기업도 채용 단계에서 출신학교별로 등급을 매기는 일이 떳떳하다고 자랑하는 곳은 없다. 위법이기 때문에 그렇다. 대학입시도 마찬가지다. 요즘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적어도 출신학교는 가려야 한다. 그래야 신뢰가 생긴다. 시골에 있는 학교 학생들도 ‘내 성적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학교 학생과 당당히 겨뤄보자’는 마음이 생길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게다가 차별금지법은 다른 법과 달리 돈이 들지 않는 법이다.”

-2014년에 선행학습금지법도 주도했는데.

“부족했지만 성과가 많았다. 선행학습금지법 이전에는 대입 논술시험에 대학과정이 출제됐다. 고등학생들이 고통을 많이 받았다. 이제는 많이 사라졌다. 초등학교에서도 한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학원의 선행학습 상품을 규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많이 한다.

“선행학습은 가장 대표적인 효과 없는 상품이다. 대부분 아이들에게 필요 없다. 그런데도 학원 상품 80%가 선행학습 상품이다. 우리는 모든 사교육을 없애자, 모든 학원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불량 상품만이라도 걷어내자는 거다. 학원 상품 중에 선행 상품이 대표적인 불량 상품이다.”

-차라리 옛날 학력고사를 부활하자는 사람도 많다.

“사람들이 ‘적어도 그건 공정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학력고사를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면 인생 역전 기회가 생기니까. 학력고사로 돌아가자는 논리는 수시 대신 정시로만 뽑자는 얘기다. 그런데 정시가 수시보다 더 공정할까. 서울대 전 입학처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오히려 정시가 부모의 사회적 배경, 경제적 배경을 더 많이 반영한다고 한다. 수능 점수만 100% 반영해 뽑으면 집안이 부유한 애들이 더 많이 뽑힌다는 거다. 전부 다 필요 없다는 식으로 시험제도를 과거식으로 획일화하면 20년 동안 이뤄왔던 사회적 노력들이 무너지는 거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난다.

“사교육비는 원래 초등과 고등이 많았다. 초등학교는 예체능, 고교는 입시 사교육을 하니까 그랬다. 그런데 특목고 자사고 영재고 마이스터고 이런 것들이 속속 등장했다. 고등학교 입시 때문에 중학교 사교육 시장이 확 커진 거다. 사교육비 시장 규모가 초등학교 7조5000억원, 중학교 5조2000억원, 고교 5조600억원 정도가 됐다. 사교육비 조사를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부터 했는데, MB정부 때인 2010∼2012년에는 많이 줄었다. 외고 입시를 잡아서 그랬다. 외고 입시 때 학교 영어 내신 등급만 가지고 원서를 쓰도록 했다. 당시 잘나가던 영어 입시학원들이 초토화됐다. 한 학원은 원생이 6000명에서 3000명으로 줄고 빌딩도 매각한 걸로 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고스란히 원위치됐고, 오히려 사교육비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이유가 뭔가.

“통계청이 사교육 조사할 때 두 가지를 묻는다. 사교육비를 얼마 쓰느냐고 묻고, 왜 사교육비를 쓰느냐고 묻는다. 왜 쓰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직장에서 출신학교를 보니까 사교육비를 쓴다고 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2014년부터 두 번째 질문을 없앴다. 사교육비 지출액수는 묻는데 왜 지출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MB정부까지는 사교육비 통계 결과를 발표하면 곧바로 대책을 내놨다. 이번 정부는 대책을 아예 안 내놓는다. 이게 국민에게 주는 신호는 뭔가. 정부는 이것에 관심 없다는 거다.”

-사교육 근절이 정말 가능한가.

“사실 완벽한 해법 같은 건 없다. 전문가들은 공교육 정상화라고 답한다.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이건 반쪽의 진실이다. 논리적으로라면 특목고나 자사고 영재고에 가면 사교육이 줄어야 한다. 하지만 특목고 학생들이 사교육비를 더 쓴다. 교육 요인 외에 사회적 요인이 있는 거다. 2007년 북한에 갈 기회가 있었다. 북한 최고 수재들이 모인다는 평양 제일중학교에 갔더니 교무실에 일등부터 꼴등까지 사진이 쫙 붙어 있더라. 서열 매기는 건 자본주의나 공산주의와는 관계없는 것 같더라. 결국 입시만이 아니라 노동시장이나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중요한 거다. 그러한 사회적 변화 없이 교육만 변화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지금 자사고나 외고 등 특목고가 인기인데.

“국민들은 지금 고교 입시에 대해 분노해야 한다. 현재 고입제도는 전기와 후기가 있다. 3학년 초창기 영재고가 가장 먼저 아이들을 훑어가면 과고나 외고가 다음으로 쓸어가고, 맨 마지막에는 일반고에 아이들이 남는다. 이를 대학입시에 대입해봐라. 서울대가 먼저 아이들을 훑어가고, 다음으로 연고대가 훑어가고, 그다음으로 인 서울 대학들이 훑어가고 남는 아이들은 지방대에 간다고 가정해보자. 대입을 이런 식으로 하면 나라에 폭동이 일어날 거다. 그런데 그런 방식으로 고교 입시를 하고 있다. 소위 말해 괜찮은 학교들이 입도선매하는 식으로 아이들을 선택하는 거다. 얼마나 부당한 일인가.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고등학교를 수직적으로 서열화해서 학교마다 위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

-자녀들은 사교육을 하지 않고 공부했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사교육, 해로운 사교육을 하지 말자는 거다. 제 아이는 지금 일반고를 마치고 재수하고 있다. 사춘기 방황이 치열했다(웃음).”

■송인수 공동대표는…

송인수 공동대표는 현직 교사로 13년간 재직하다 교육운동에 전념하기 위해 2003년 교단을 내려왔다. 기독교계열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 대표 등을 하며 교사운동을 했다. 이후 학부모 교육운동을 이끌던 윤지희 공동대표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만들었다. 현재 이 단체는 상근자 32명의 대형 시민단체로 발돋움했다. 송 대표는 설립 초기 ‘불도저식’ 리더십으로 악명(?) 높았지만 조직이 커지면서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내부 평가다. △강원 원주(52) △서울 신림고, 삼성고, 구로고 교사 △좋은교사운동 대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글=남도영 사회부장 dynam@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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