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마법의 배후와 황제조사 기사의 사진
그것은 마법이었다. 서류전형 2299위가 1200위로, 다시 176위로 올라선다. 자기소개서, 경력, 학교, 어학 점수 등을 수차례 조작한 결과다. 그럼에도 서류전형 합격자 최저 순위 170위에 미달하자 아예 합격인원을 174명으로 늘린다. 장애인 채용확대 명분으로. 대신 우수 성적자 3명(8·50·63위)은 탈락시킨다. 2차 면접에서 외부 심사위원의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최종 합격자 36명 명단에 포함된다. 국회의원 지역구 사무실의 인턴이었던 그가 정규직이 되는 순간이다.

2013년 하반기 4500명의 지원자가 몰려 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벌어진 마법이다. 마법사는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권력 실세 최경환이었다. ‘최경환 인턴의 기적’이라는 마법에 홀린 이는 중진공 이사장 박철규였다. 마법사는 감사원과 검찰의 눈도 멀게 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마법사의 이름을 적시하지 못하고 청탁 주체를 ‘외부’라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했고, 검찰은 서면조사에 그친 채 지난 1월 마법사를 무혐의 처리했다. 중진공 이사장과 운영지원실장만 불구속 기소했다. 특히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 때 마법사에게는 처음부터 범죄 혐의를 두지 않았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황제조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지난 21일 일어났다. 박철규가 법정에서 외압의 몸통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독대한 자리에서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하자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 성실하고 괜찮은 아이니깐 믿고 써 봐”라고 했다는 것이다. 줄곧 청탁 의혹을 부인해 오던 박철규가 양심에 찔려 진실을 밝힌 셈이다.

외압과 관련된 증언은 이미 지난해 중진공 관계자들에게서도 나왔는데 애써 무시하고 봐주기 수사로 일관했던 검찰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정권 실세를 의식한 부실수사의 전형을 보여줬으니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어도 싸다. 더불어민주당은 엊그제 현안브리핑에서 “최종면접 탈락자를 합격자로 둔갑시킨 마법의 배후는 바로 최경환 의원이었다”며 철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은 이제 어떡할 것인가. ‘최경환 살리기’를 위해 또 무슨 핑계를 댈지 궁금하다.

글=박정태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