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인의를 찾아서-(81)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악성 중피종 클리닉] 최강 협진팀 가동 기사의 사진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 악성 중피종 클리닉 다학제 협진팀 의료진. 사진 앞줄 왼쪽부터 호흡기내과 김영균, 흉부외과 박재길,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실, 흉부외과 성숙환, 병리과 이교영, 흉부외과 문석환 교수(팀장). 뒷줄 왼쪽부터 호흡기내과 김신영 임상강사, 핵의학과 유이령 교수, 방사선종양학과 이시원 임상강사(현 성빈센트병원), 영상의학과 한대희, 호흡기내과 김승준 교수, 흉부외과 문영규 임상강사, 종양내과 홍숙희 교수, 전문간호팀 정수민 코디네이터, 흉부외과 문미형 교수. 아래 사진은 문석환 교수가 잔류 암세포를 박멸하기 위해 폐 전 적출수술 후 광역동 치료를 하는 모습.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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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희귀 암인 ‘악성 중피종’ 발생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7∼8년 전만 해도 연평균 5∼30명 수준이던 악성 중피종 환자가 최근 들어 연평균 100∼150명가량 나타난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내리막길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3000명 내외의 환자가 생기는 미국 사례를 쫒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악성 중피종은 전암기(前癌期)가 최소 30년에 이르는 석면 노출과 관련이 깊다.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해 정점을 지난 상태다. 전암기란 석면 등 발암 위험인자에 노출된 후 암이 생기기 시작하기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악성 중피종은 흉막과 늑막에서 약 80%, 복막에서 약 20%가 발생하는 암이다. 장기간 활석(돌가루), 석면 흡입에 따른 폐기능 이상과 가장 관련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채석장이나 석공예장, 자동차 광택 및 도색업소 종사자에게서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보통 돌가루에 폐·호흡기가 노출되기 시작한 뒤 30∼40년 정도 지나면 암이 나타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가 석면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1970년대 초반에 규제가 시작된 미국보다 30여년이 늦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직업상 석면에 노출됐던 사람들 중에서 전암기가 지난 사람들을 중심으로 악성 중피종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가 됐다는 얘기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2009년 무렵 발생한 ‘탈크 파동’에서 보듯 그동안 유아용품이나 경구용 의약품 등의 원료로 ‘석면 함유 탈크’를 광범위하게 무차별 사용해왔다. 악성 중피종이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악성 중피종은 현재 어떤 치료를 해도 1년 생존율이 50% 미만에 그친다. 1년 생존율조차 낮은 이유는 대부분 발병초기 위험신호를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다.

악성 중피종의 초기 증상은 흉통이다. 다른 병으로 오인, 진단이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흉통은 심장질환의 주증상이지만, 단순 늑막염이나 결핵성 늑막염, 나아가 악성 중피종의 주증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악성 중피종 환자들이 정확한 병명을 알기까지 적어도 6개월 이상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다.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문석환 교수는 26일 “엑스레이나 흉부CT 사진을 찍어 봐도 흉막(늑막)에 단순 염증 같은 게 보이거나 약간의 흉수가 고인 것과 같이 보여 결핵성 늑막염 등으로 의심하기 쉽지, 암으로 의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진 위험은 복강 내 복막에 암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의사라도 난소, 간, 췌장 등 주변 장기에 뚜렷한 이상 증상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복막에 염증성 조직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암세포가 둥지를 틀었으리라고 의심하기란 힘든 노릇이다.

악성 중피종은 흉강경 또는 복강경을 이용, 흉막 또는 복막 내 염증조직이나 흉수(복수) 속에 암세포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최종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늑막염이나 복막염으로 보이기 쉬운 염증 조직이 있다는 이유로 의사가 내시경 수술을 해보자고 환자에게 권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환자 역시 이에 선뜻 응하기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악성 중피종은 ‘빅5 병원’에서도 아직까지 연간 한두 명밖에 겪지 못할 정도로 드물게 발생한다. 수술도 최소 6∼7시간이 소요될 만큼 치료가 힘든 암이다. 결국 진단도, 치료도 쉽지 않으니 환자 2명 중 1명은 1년도 못 버티고 숨지기 일쑤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폐암센터가 우리나라에서 악성 중피종 환자 치료 경험이 가장 많은 문석환 교수를 중심으로 악성 중피종 클리닉을 운영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7년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악성 중피종 환자 수는 79명에 이른다. 연평균 5.5명꼴로 국내 최다 실적이다. 앞으로 전암기가 지난 신규 악성 중피종 환자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여 서울성모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악성 중피종 치료의 핵심은 발병 초기에 최대한 빨리 환자를 발견, 정확한 진단과 병기 설정을 끝내고 정교하게 수술하는 것이다. 그래야 수술 전후 최적의 항암화학요법 및 첨단 방사선 치료를 잘 이뤄낼 수 있다.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후유증과 합병증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석환 교수팀은 임상경험이 풍부한 중진급 교수들로 다학제 진료팀을 꾸려놓고 있다. 병원병리과 이교영, 영상의학과 한대희, 핵의학과 유이령, 종양내과 홍숙희, 호흡기내과 김승준, 직업환경의학과 구정완, 흉부외과 문석환(팀장)·김경수, 방사선종양학과 김연실 교수팀과 악성 중피종 전문간호팀 정수민 코디네이터가 그들이다.

악성 중피종은 폐암과 같이 이상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세포가 상당히 퍼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본격적 치료계획을 짜기에 앞서 진단 과정에서 정교한 흉강경(복강경) 수술을 통해 충분히 종양조직을 확보해야 한다. 정밀 면역화학 조직검사와 흉부CT, MRI, PET-CT 등 영상의학검사를 통한 조직적 진단 및 병기를 설정하는데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수술을 먼저 할 것인지, 혹은 수술 전에 항암요법과 방사선치료를 할 것인지는 병기에 따라 결정된다. 어떤 경우든 환자별로 수술 전후 암의 재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최적의 개인 맞춤 치료법을 찾아 적용하는 게 원칙이다.

한 예로 수술 치료도 환자의 전신 상태와 병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데, 최적의 수술법과 수술 후 국소 재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이 사용된다. 특히 발병 초기에 일찍 발견한 조기 중피종은 완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술 시 암 조직 주위를 광범위하게 적극적으로 도려낸다. 흉막, 심낭, 횡격막과 한쪽 폐 전체를 적출하는 고난이도 수술이다. 문 교수는 “무엇보다도 수술로 인해 암세포가 국소적으로 주변에 파종되지 않게 수술 중 광역동 치료, 온열 치료 등을 통해 잡도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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