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관치 기사의 사진
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에야 대우조선의 여신 신용등급을 요주의로 낮췄다. 늦었다. 신용평가 회사나 다른 은행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나 올해 상반기에 요주의 이하로 낮췄다. 사실 국내 신용평가 회사들도 대우조선을 계속 A등급 이상으로 평가해 왔다. 지난해 여름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2∼3등급씩 급격히 낮췄다. 사후약방문이었다. 은행들은 대부분 올 상반기에 요주의로 분류했다.

은행이나 신용평가 회사들도 할 말은 있다. 대우조선의 대주주가 산은이니 사실상 한국 정부인 셈이다. “대우조선의 신용도는 곧 대한민국의 신용도였다”고 항변할 만하다. 실제로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문을 닫으면 그 손해는 온 국민이 입게 된다”며 이른바 서별관회의에서의 지원 결정을 정당화했다. 이렇게 보면 은행이나 신용평가 회사도, 산업은행과 정부도 자기 역할에 충실했다. 대우조선 부실을 책임지는 사람은 일자리를 잃은 하청노동자뿐이다.

문제는 관치다. 신용평가 회사들이 기업을 냉철하게 살피기보다 정부나 산은만 믿었던 이유는 “설마 대우조선을 망하게 하겠느냐”는 판단 때문이었다. 정부 지원과 산은의 뒤늦은 신용등급 평가를 보면 판단이 틀리지는 않았다. 시장보다는 정부가 힘이 세다고 믿었고, 그 믿음대로 정부는 행동했다.

부실 기업도 정부가 맘만 먹으면 살리고, 멀쩡한 기업도 정부 눈에 어긋나면 죽을 수 있다고 다들 믿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 권력과 연관이 짙은 재단을 만드는데 기업들이 앞 다퉈 수십억원씩 내놓는 장면을 관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있을까. 금융 당국은 “(파업을 철회하지 않으면) 직접 나서서 개별 직원들을 설득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하자 은행들이 노조조합원의 퇴근까지 막으며 파업 불참을 종용한 모습도 마찬가지다. 18년 전 외환위기 때 ‘관치경제 벗어나기’가 절체절명의 명제였다. 이 명제를 되새겨야 한다. 외환위기만한 사태가 다시 닥치기 전에. 글=김지방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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