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신갑] 김영란법과 임플란트 기사의 사진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줄여서 ‘청탁금지법’이라고도 하고, ‘김영란법’으로 더 잘 알려진 법이다. 부정부패 없는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엄중한 목적의 법이어서 그 취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이렇게 중요한 법인 만큼 충분한 숙의를 거쳐 현실 속에서 이상을 구현해낼 수 있는 효과적인 틀을 마련했으면 하는 것이 여러 사람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부정과 부패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빨리, 쉽게, 대강’의 편의주의를 더 크게 흔들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도 이 법에서 금지하는 대부분의 행위들은 ‘부패방지법’ 등의 법률과 규제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일어나는 비리 사건들과 그로 인한 전반적인 신뢰의 붕괴가 한 번 더, 그리고 이번에는 더 세게 조여보자는 생각을 하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청탁금지법이 좋은 법인지 아닌지는 취지보다는 실질적 효과에서 찾아봐야 하고, 따라서 말로만 하는 법이 아니라 제대로 물 수도 있는 법이 되도록 맞는 치아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너무 조여서 아무도 지킬 수 없는 법이나 너무 느슨해서 누구나 빠져나갈 수 있는 법은 물지 못한다. 적절한 크기의 치아를 높낮이 맞춰가며 잘 배열해야 한다. 임플란트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과정이 번거롭다. 엑스레이를 찍고, 본을 뜨고, 만들어 온 치아를 끼워보고, 다시 맞추고, 깎고 다듬는다. 그러고서도 며칠을 써보고 다시 손본 다음에야 붙인다. 특히 교합을 위해 새 치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는 수십 차례에 걸쳐 ‘다물어보세요’, ‘딱딱 씹어보세요’, ‘좌우로 갈아보세요’를 반복한다. 귀찮다. 하지만 이렇게 해야 오래, 편하게 쓸 수 있다. 청탁금지법도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고, 거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이 어마어마한 사회적 실험의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기대했던 만큼 성과를 거두는지, 예상치 못했던 빈틈이나 부작용은 없는지, 더해야 할 것은 어떤 점이고, 빼야 할 것은 무엇인지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해야 한다. 연고주의, 온정주의가 없어지고, 청탁 관행과 접대문화 같은 고질적인 폐습이 근절되고, 신뢰가 회복되며, ‘부패 유발적 사회문화’가 개선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법이 있는 것과 그 법의 정신이 구현되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집행 성과와 타당성을 검토하는 일정을 잡아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인물의 등장이 또 법의 모양을 바꾸어놓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니다. 이름은 있다. ‘일반 국민’이 그 인물의 이름이다. 청탁방지법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항목 중 하나가 식사, 선물, 경조사비의 한계를 각각 3만원, 5만원, 10만원으로 정한 가액 기준이었다. 이 기준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국무조정실이 내놓은 근거는 ‘일반 국민’의 의견이라는 것이었다. 매번 이런 논의 때마다 등장하는 이 가상의 다수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꼭 찾아야만 한다면 내가 처음 들여다볼 곳은 한 정부 관료의 머릿속이다.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빈 곳을 메우기 위해 고민하다가 ‘요즘 대강 이렇지 아마? 일단 그렇게 하자’ 하면서 써넣었을 것이다. 확실한 근거가 있어서라기보다 일단 숫자를 잡아 법안의 구색을 갖추어야 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일단’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서, 어떻게 한계를 정할까에 대한 논의에서 ‘3-5-10’이 많은가, 적은가에 대한 논의로 방향을 틀어놓았다.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 사이에 일단 금을 긋고 시작하면 이 금은 어떤 금이어야 하나, 어디에 그을 것인가 하는 문제보다 그 금을 이쪽저쪽으로 밀고 당기는 문제가 훨씬 눈에 들어오고 손에 잡히기 때문이다. 급히 빈 곳을 채워야만 했던 그 관료의 곤혹스러움에 동정은 가지만 ‘일반 국민’의 의견이 그렇다는 얘기는 궁색하다. 이런 일에 매번 국민투표를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비싼 식사’, ‘넘치는 접대’는 안 된다는 데에는 수긍이 가지만 ‘3-5-10’에 금을 긋고, 그 금을 넘으면 부정부패한 사람으로 처벌하겠다는 데에는 ‘또…’ 하는 생각이 든다. 임의적이기 때문이다. 치과 의사가 엑스레이도 찍어보지 않고, 본도 떠보지 않고, 교합도 확인해보지 않고 임플란트를 끼워넣는다면 어떨까?일을 원칙 따져가며 하는 것은 힘들다. 하나하나 절차를 다 밟는 것은 귀찮다. 하지만 이런 법을 매년 파 엎고 다시 까는 보도블록처럼 다룰 순 없지 않은가. 입법 취지만 가지고 법의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한신갑 사회학과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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