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한민수] 미국은 슈퍼맨이 아니다 기사의 사진
2013년 봄, 이 정권에서 미국과 북한에 대한 외교정책을 담당한 핵심 당국자를 사석에서 만났다. 지금보다는 남북관계가 덜 나빴고 새로 출범한 박근혜정부도 뭔가 돌파구를 모색하던 때였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더 신경을 썼다. 그래서 물었다. “북한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북한은 미국을 슈퍼맨으로 보는 것 같아요.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거지요.” 이 당국자는 북한 지도부가 미국을 공포의 대상으로, 다소 과대평가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대외정책은 온통 미국에 맞춰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김정은 정권 들어 심해졌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두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했음에도 살림살이나 주변 정세가 나아진 게 없자 활로(活路)를 대미관계에서 찾는 것으로 보인다.

쉼 없이 이어지고 있는 핵·미사일 도발도 미국을 겨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전 정권의 고위 인사는 “북한의 목표는 핵을 내세워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김정일 정권 때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하며 미국을 향해 “우리 좀 봐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2009년 1월 집권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8년째 외면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만능인 미국하고 ‘맞짱’을 떠야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정작 미국은 계속 무시만 한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퇴임을 4개월 앞둔 오바마 대통령 입에서 ‘깜짝 발언’이 나왔다. 그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인류 역사상 일국의 패권체제 기간은 짧았다. 많은 사람들이 냉전 종식으로 잊고 지냈을 뿐이다”며 힘의 한계를 토로했다. 또 북핵 등을 거론하며 “(미국 혼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속내는 현안에 관한 국제사회의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전해들은 북한에선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솔직히 미국이 나서도 해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된 경우가 적지 않다.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과 시리아 사태 등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이 슈퍼맨이 아님을 자각하고 남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의 관계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현재의 국제 정세는 특정 강대국이 만사를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만 상대하려다가 큰코다칠 수도 있다.

한민수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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