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단식투쟁 기사의 사진
아일랜드 단식투쟁. 사가들이 주저 없이 꼽는 역사상 가장 처절하고 치열했던 단식투쟁이다. 바비 샌즈 등 북아일랜드 교도소에 수감된 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이 1981년 영국 정부에 자신들을 일반죄수가 아닌 정치범으로 대우해줄 것을 요구하며 벌인 투쟁이다. 샌즈는 옥중 출마해 당시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됐지만 끝내 자유의 몸이 되지 못한 채 단식 66일째에 27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이들의 단식투쟁은 샌즈의 죽음 후에도 9명이 더 죽을 때까지 계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통과를 위해 단식농성 중이던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위로차 방문한 자리에서 “굶으면 확실히 죽는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슬 퍼렇던 전두환 정권 시절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인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말일 게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지방자치제 관철을 위해 13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최근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정부의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해 광화문 네거리에서 11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정말 밥을 안 먹을까.” 정치인의 단식투쟁 때는 늘 뒷말이 무성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식투쟁을 할 거면 공개된 장소에서 해야지, 밀폐된 국회 당대표실에서 하면 밥을 먹는지 마는지 누가 아느냐는 거다. 이 대표는 27일 “과거엔 나도 (단식투쟁을) 쇼로 봤다. 그러나 이정현이 하는 건 쇼가 아니다”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샌즈나 양김의 요구조건은 당시의 절박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목숨을 걸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거취가 목숨을 담보할 만큼 절박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일단 칼을 뽑았는데 그냥 집어넣기는 쑥스러울 게다. 새누리당은 이 대표 체면이 손상되지 않는 선에서 잘 마무리되도록 출구전략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게 좋을 듯하다. 자칫하다 이 대표 몸만 상한다.

글=이흥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