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세계인구 5% 美, 전 세계와 교역해야” 트럼프 “中, 미국을 돼지저금통으로 활용한다” 기사의 사진
마이클 펜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왼쪽 세 번째)가 26일(현지시간) 뉴욕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1차 TV토론을 방청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아내 멜라니아, 딸 이방카, 펜스, 펜스의 아내 카렌,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장,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AP뉴시스
뜨거운 90분이었다. 45대 대통령 선거를 44일 앞둔 26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헴스테드 호프스트라 대학에서 첫 TV토론에 나선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번영의 실현’ ‘미국의 안보’ ‘미국의 방향’이란 세 가지 주제 아래 외교안보, 통상, 경제 등의 문제로 격돌했다. 이슈마다 치열한 정면 승부가 펼쳐졌다. CNN방송은 “트럼프가 미끼를 물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와 교역” vs “일자리 되찾겠다”

발언 기회를 먼저 얻은 클린턴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경제를 만들자”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남녀 동일임금 정책을 언급했다. 트럼프는 포드사의 예를 들면서 “일자리가 달아나고 있다. 일자리를 되찾아오겠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무역 축소를 주장하는 트럼프를 겨냥해 “미국은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우리는 나머지 95%와 무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중국이 하는 일을 보면 그들은 자국 재건을 위해 미국을 ‘돼지저금통(piggy bank)’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제조업체를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세금을 줄여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클린턴은 여기서 트럼프의 ‘금수저’를 들먹였다. “트럼프 후보는 행운의 후보다. 사업을 시작할 때 1400만 달러(약 153억원)를 아버지로부터 받았다. 부유층을 도와주기만 하면 이런 상황밖에 안 된다”고 공격했다. 또 납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거에 출마한 모든 사람이 납세 실적을 공개했는데 트럼프는 도대체 무얼 숨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세무조사 중이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둘러대면서 “클린턴이 삭제한 이메일 3만개를 공개한다면 나도 변호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납세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받아쳤다.

사회자인 레스터 홀트가 클린턴에게 국무장관 재직 중 정부 이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로 기밀문서를 취급한 것에 대해 묻자 “실수였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잘못을 인정했다.

트럼프 “한국 방위비 내지 않아”

안보 이슈에서 동맹 강화를 주장한 클린턴은 “일본과 한국, 다른 동맹국과 맺은 상호방위협약을 존중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가 “중국이 북한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며 핵 문제에서 한발 뺀 것을 두고는 “핵무기에 대한 무신경한 태도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가 아니라 핵이 가장 큰 위협”이라고 해명하면서 동맹국의 방위비 무임승차론을 거론했다. 그는 미군이 주둔한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와 독일을 언급하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돈을 내지 않고 있다.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될 수 없고 전 세계의 나라를 보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란 핵 합의에 대해서는 “최악의 협상이었다”고 꼬집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그들은 내가 사업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중동 사태의 책임도 클린턴에게 돌렸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활개 치는 것을 두고 “이라크에서 미군을 섣불리 철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당시 국무장관이던 클린턴을 겨냥했다. 클린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이라크 철군에 동의했다고 반박하면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을 비난받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 ABC뉴스는 여기서 클린턴이 경험을 활용해 트럼프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의 해킹 의뢰 의혹 의견차

클린턴은 러시아의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해킹 의혹도 언급했다. 트럼프가 과거 러시아에 해킹을 부탁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일을 언급하면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해킹 주체가) 러시아인지 중국인지 다른 나라인지 우리는 모른다”면서 “오바마 대통령 아래서 그래선 안 될 것들에 대해 통제력을 잃었다. 우리는 엄격한 사이버전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만연한 경찰의 총격사건에 대한 토론도 오갔다. 트럼프는 “이 나라에는 클린턴이 얘기하지 않는 법과 질서가 필요하다”며 “흑인과 히스패닉은 지옥에서 살고 있다. 너무 위험하다. 길거리를 걷다 총에 맞는다”고 했다. 클린턴은 “흑인공동체를 지독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사법체계 하에 드러난 인종차별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토론의 마지막 질문은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였다. 클린턴은 “민주주의를 신봉한다.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분명히 결과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또 “트럼프는 의심을 가질 것”이라며 “선거 결과는 여러분과 가족에게 달려 있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이 이길 것으로 믿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승리한다면 절대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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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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