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그녀는 살찐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 토론서 밀린 트럼프의 막말 화풀이 기사의 사진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웨이크 공대에서 연설하기 전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뉴시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1차 TV토론에서 판정패한 것에 분풀이라도 하듯 27일(현지시간) 미스 유니버스 출신 배우 앨리샤 마차도(40)에게 막말을 퍼부었다. 마차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의 성차별을 부각시킬 재료로 꺼낸 인물이다.

클린턴은 전날 토론 막바지에 “미인대회를 좋아하는 트럼프는 마차도를 ‘미스 돼지’ ‘미스 가정부’라 부르며 살을 빼라고 모욕했다”면서 “이제 미국 시민이 된 그가 11월 대선에 투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폭로에 당황한 트럼프는 “그를 어디서 찾아냈느냐”고 거듭 물었다. 허를 찔린 순간이었다.

다음 날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마차도를 가리켜 “최악의 미스 유니버스였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당선자였는데 몸무게가 엄청 늘었다. 그건 정말 큰 문제였다”고 연거푸 비난했다. TV토론에서 자신을 당황케 한 대상에게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베네수엘라 출신 마차도는 1996년 미스 유니버스에 뽑혔지만 1년 만에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관한 트럼프로부터 살을 빼라는 압력을 받았다. 트럼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마차도처럼 많이 먹는다”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 충격을 받은 마차도는 이후 5년 동안 거식증과 폭식증에 시달렸고 20년 동안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마차도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엄마와 딸과 함께 TV토론을 보다가 클린턴이 나를 언급하는 것을 보고 감정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에 대한 감사와 지지의 뜻을 트위터에 밝혔다.

마차도 이야기는 클린턴 캠프가 야심 차게 준비한 소재였다. CNN방송에 따르면 클린턴은 토론을 앞두고 지난 23∼25일 집 근처 호텔에서 맹렬히 ‘합숙훈련’을 했다. 보좌진 중 필립 레인스가 트럼프 역을 맡아 리허설을 했다. 레인스는 트럼프 정책과 연설 퍼포먼스를 연구하고 트럼프처럼 옷을 입고 ‘코브라 같은’ 트럼프의 손동작까지 흉내 냈다. 클린턴은 TV토론이 끝난 뒤 “꼭 레인스가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며 감탄했다.

클린턴에 한방 먹은 트럼프는 다음 토론에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끄집어낼 태세다. 트럼프는 “빌 클린턴의 분별없는 행위를 언급하려다 첼시(클린턴 부부의 딸)가 있어 참았다”면서 “다음 토론에서 얘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은 미 전역에서 8400만명이 1차 토론을 시청한 것으로 집계했다. 1억명이 볼 것이라는 당초 예상에는 못 미쳤지만 역대 최고 기록이다. 1980년 지미 카터 민주당 후보와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의 1차 토론 시청자 8060만명 기록이 36년 만에 깨졌다. 8400만명에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온라인채널 시청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유튜브로 실시간 토론을 본 사람만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련기사 보기]
▶美 대선 기사 모음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