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와 축제 사이] <39> 황산벌 전투 기사의 사진
황산벌 전투 재현 축제
지난 25일 밤, 충남 논산시 하천 둔치에서 흥미로운 야외 축제가 펼쳐졌다. 황산벌 전투 재현 축제인데 아직 부족한 점도 많지만 공기 맑은 들녘에서 풍요로운 가을밤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축제였다. 황산벌은 지금 논산시 연산면의 넓은 벌판을 가리킨다. 황산벌 전투 재현 축제는 백제 말기의 영웅인 계백장군이 군사 5000명을 이끌고 5만 군사의 신라 김유신 장군을 네 차례나 격파한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축제다.

시는 이 축제를 통해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농업도시로만 알려진 논산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자 했다. 그런데 실제로 찾아가 본 축제의 매력은 엉뚱한 데서 빛을 발했다. 논산지역 육군 제32사단 군인들과 고등학생·대학생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시민배우들의 대활약이다. 백제 군사로 분한 청년들이 줄 맞추랴 보폭 맞추랴 움직이질 못하고 엉거주춤하게 연기하자 “어이쿠, 5만 명이라 무서워서 못 나가나봐”라며 귀여운 폭소가 터졌고 계백장군과 함께 적진으로 향해야 하는 말들이 조명에 놀라 서커스하듯 빙빙 돌기만 하자 “허허허. 말이 말∼을 안 듣네” 하며 객석은 엉뚱한 타이밍에 웃음바다가 됐다. 비웃는 게 아니라 어린 시민배우들의 미숙함이 너무 대견하고 예뻐서 넉넉하게 수용하는 관객들의 따뜻한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퍼진 것이다.

거기다 축제의 주제가 논산의 역사성을 든든하게 받쳐주고 자녀들에게 살아 있는 현장교육을 하기에도 제격이었다. 특히 TV를 통해 알려진 최태성 역사 선생님을 초청해 1400년 전 황산벌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신뢰감 있게 강의한 후, 곧이어 전투 재현을 시연한 건 신의 한 수였다. 역사 공부에 관심 없던 어르신들까지 황산벌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드는 모습이 객석 전체로 퍼져나갔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TV 역사저널 ‘그날’의 오프라인 버전이랄까. 딸기·대추만 유명한 줄 알았는데 논산에 이런 매력이 있는 줄 왜 진작 몰랐을까. 살아 있는 역사교육 축제로 요즘 논산이 뜨고 있다.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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