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빅데이터와 대북 제재 기사의 사진
최근 한국과 미국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발간한 한 보고서가 미·중 관계, 동아시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보고서 명칭은 ‘중국의 그늘 속에서(In China’s Shadow)’. 미국의 국제갈등·안보 연구기관인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와 아산정책연구원이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중국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이 조선광선은행 등 유엔과 미국의 제재를 받는 북한 기관과 거래하며 북한의 핵무장을 도운 증거가 드러났다. 부인할 수 없는 증거 앞에 중국은 그룹 핵심 관계자들을 체포했고, 미 재무부는 26일 이 그룹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과 최대주주인 마샤오훙 대표 등 개인 4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과 개인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사실상 적용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요구에 흉내만 내 온 중국의 체면이 심하게 구겨진 것은 물론이다. 북한도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일각에서 ‘제대로 된 대북 제재는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북한과 중국을 궁지에 몰아넣은 이 사건이 일정액을 지불하면 구할 수 있는 1차 가공 데이터베이스를 대테러·안보에 특화된 분석틀로 분석한 결과라는 건 주목할 만하다. 아산정책연구원 우정엽 연구위원에 따르면 당초 이 연구는 북한의 해외 무역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 시작됐다. 남수단과 미얀마의 국경을 초월한 조직범죄를 각종 데이터를 이용해 잡아내는 성과를올린 C4ADS의 강점과 북한을 꿰뚫고 있는 아산연구원의 전문성이 결합했다. C4ADS는 북한 선박 목록과 이들의 입항· 관세 납부기록 등을 오사마 빈 라덴 추적에 사용된 ‘팰런티어’ 솔루션을 사용해 분석했다. 이번 발표로 북한과 불법 거래를 해 온 해외 조직이나 국가가 몸을 사릴 공산이 커졌다. 북한 김정은은 앞으로 한·미 정부나 정보기관보다 민간 빅데이터 분석 업체를 더 두려워할지 모른다.

글=배병우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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