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태현] 인종차별 없는 그라운드 만들기 기사의 사진
2004년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 잉글랜드의 국가 대항전. 흑인인 션 라이트 필립스와 애슐리 콜(이상 잉글랜드)을 조롱하는 소리가 관중석에서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스페인축구협회에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1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유럽 축구에서 인종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보다 못한 프랑스 축구 스타 릴리아 튀랑(44)은 2008년 은퇴한 후 인종차별 반대 사회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에게 모든 인간이 피부색을 떠나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축구보다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는 어렸을 때 학교에서 흑인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다. 울면서 어머니에게 백인들이 자신을 놀리는 이유를 물어봤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흑인들이 감수해야 할 숙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말 튀랑에게 실망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FIFA가 인종차별 태스크포스(TF)를 해산한 것이다. TF의 역할이 모두 끝났다는 것이 해산의 이유였다. FIFA는 지난해 부패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다. 30여명의 전·현직 FIFA 고위 관리들이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비리의 온상으로 비난받은 FIFA가 거의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책이 바로 ‘인종차별 금지’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인종차별 TF를 해산한 것은 이해하지 못할 결정이다. 러시아 축구는 인종차별과 훌리건의 난동으로 악명이 높다. 지난 6월 열린 유로 2016에서는 러시아 축구팬연합 회장이 “대표팀에서 슬라브족 얼굴만 보고 싶다”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튀랑이 꿈꾸는 ‘인종차별 없는 그라운드’를 만들기란 요원해 보인다. 하지만 튀랑은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그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태현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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