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방] <73> 무명의 반란 ‘볼빨간 사춘기’ 기사의 사진
여성듀오 ‘볼빨간 사춘기’ 앨범
경북 영주에서 꿈을 키웠던 소녀들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꽃을 피웠다. 또래의 친구들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9월 중순, 그 소녀들은 마침내 국내 유수의 음악 차트를 모두 점령했다. 지난 주 초까지 1위 자리를 움켜쥐었다. 가수 박효신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면서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파란이었다. 또래와 같은 생활, 다른 생각의 힘은 2016년 9월 음악 지형도에 그들의 이름을 촘촘하게 박았다. 쾌거였다.

이제 스물하나인 소녀들은 날개를 달았다. 여성듀오 ‘볼빨간 사춘기’를 비상하게 만든 건 그들의 남다른 생각들이었다. 난해하지 않은 음악과 세대의 공감을 불러오는 말들이었다.

‘우주를 줄게’ 가사 중 일부다. ‘준비가 되면 쏘아 올린 인공위성처럼/ 네 주윌 마구 맴돌려 해/ 더 가까워진다면 네가 가져줄래/ 이 떨림을 <중략> 어제는 내가 기분이 참 좋아서/ 지나간 행성에다가 그대 이름 새겨 놓았죠/ 한참 뒤에 별빛이 내리면/ 그 별이 가장 밝게 빛나요.’ 기존의 가사 화법과 비교하면 그 우회적 표현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깔끔하게 할 말 다하고 유쾌하게 만든다. 정말 우주를 다 주고 싶은 마음을 4분 만에 동조하게 한다. 음악수용자들은 그 함의를 누워서도 한 귀에 알아듣고 느낀다. 재기 넘치는 음악의 재미는 이제 확산으로 이어진다. 공감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된다. 지속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그들을 지지하게 된다. 그 지지의 방식은 모든 미디어가 동원된다. 굳이 인위적인 홍보가 필요 없게 된다.

음악은 때로 사람이 사람들에게 보내는 안부가 되었다. 내 마음의 오늘을 음악에 빗대어 인사를 건넨다. 정형화된 표현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 답습을 바라지 않는다. 여성듀오 ‘볼빨간 사춘기’가 우리 음악차트의 지형을 바꿀 수 있었던 단서는 바로 ‘같은 생활, 다른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강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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