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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칼럼]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까닭

“의장이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말아야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 만들 수 있어”

[김진홍 칼럼]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를 금지한 까닭 기사의 사진
이른바 ‘해임안 정국’을 관통하고 있는 건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 문제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의장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중립을 견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이고, 정 의장은 법적으로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국군의 날 행사장에서도 정 의장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이 2일 이정현 대표의 단식 중단과 국감 복귀를 결정해 봉합 수순으로 나아가는 상황이지만 여당과 정 의장이 벌인 기싸움의 과정은 국민을 짜증나게 만든 사건으로 남을 것 같다.

여당은 차제에 ‘정세균 방지법’을 만들어 의장의 중립 의무를 분명하게 못 박자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죽기 살기로 대드는 형국이다. 여당 대표의 단식 농성에 이어 정 의장의 ‘맨입으론…’ 발언 녹취록 공개, 직권남용 혐의로 정 의장 고발, 인신공격성 폭로 등 여당답지 않은 방안까지 총동원했다. ‘벌써부터 야당 연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아랑곳 않는다.

정 의장 역시 완강하다. 해임안 정국 직후부터 줄곧 “국회법에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규정 자체가 없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 의무는 정치적 중립 의무와는 관계가 없다. 정치인이 어떻게 정치색이 없을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해왔다. ‘여당이 아무리 압박해도 나는 잘못이 없다. 그러니 법적으로 해보자’는 얘기인 셈이다.

여당 언행에 과한 부분이 있다. 정 의장 말대로 해임건의안 처리에 법적인 하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의 당적보유 금지가 2002년 국회법에 명시된 건 의장의 중립 의무 때문이었다는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은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고 초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의장의 당적 이탈이 법으로 규정된 것이다. 의장의 중립 의무를 분명하게 적시한 국회법 조항이 없다는 게 의장이 특정 정파의 편을 들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장이 한쪽으로 기울면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리 없다. 정당이나 권력자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독립성과 자율성 회복이 국회의 시급한 과제 아닌가.

더욱이 정 의장 임기 내에 차기 대선이 치러진다. 머지않아 대선 전초전이 국회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난장판 되는 것을 막으려면 의장의 중립적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 의장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지난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 담겨 있다. 당시 정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서로 다른 소리들을 모아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300명 의원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책임국회를 만들어가겠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양보와 합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정치를 정상화해 달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의회주의가 꽃피우는 것이 의장의 책임이다.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제발 싸우지 말고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일하라는 것이다.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의 짐이 아닌 국민의 힘이 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말단 회사원에서 출발해 장관과 당대표를 거쳐 두 번째 야당 출신 입법부 수장이 된 정 의장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온화한 성품과 화합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지금 정 의장이 발휘해야 할 덕목이 이것 아닐까 싶다. 새누리당 결정으로 국회 정상화의 가닥이 잡힌 직후 유감 표명조차 없는 세 줄짜리 입장문을 낸 건 부적절했다. 여당과의 힘겨루기에서 이겼다고 여기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 의장이 희망하는 ‘국민의 국회, 국민에게 짐이 아닌 힘이 되는 국회’는 점점 요원해지는 느낌이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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