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서울 지하에 활성단층 존재… 우리가 못 찾았을 뿐” 기사의 사진
홍태경 연세대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영향으로 한반도 지각이 큰 충격을 받았고 지각 내 응력이 쌓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은 물론 조속히 대비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영희 기자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의 지진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으며 이에 따라 최대 규모 7.0 전후의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일찍부터 주장해 왔다. 지난해 정평 있는 국제 학술지인 '지구와 행성내부 물리학(Physics of the Earth and Planetary Interiors)'에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각구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그의 논문이 실리기도 했다. 홍 교수는 인터뷰에서 역사기록 등을 감안할 때 서울 등 수도권 땅 밑에 활성단층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조속한 지질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경주 지진은 양산단층이 아니라 이와 북동쪽으로 엇갈리는 새로운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진 환경이 바뀌었다고 주장해 왔다.

“일본은 지각판과 지각판이 부딪히는 경계선에 있고 우리는 그 판의 내부에 있다. 이러한 판 내 환경에서 지진발생 빈도는 판 경계부에 비해 적다. 하지만 이것이 지진발생 가능성이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본보다 지진이 발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림을 뜻할 뿐이다. 무엇보다 동일본 지진으로 한반도 지각이 일시에 교란을 받았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실제로 한반도 지진발생 빈도가 급증했다. 해역과 내륙을 포함해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연평균 45회 발생하다가 동일본 지진 이후 60∼70회로 급증했다. 2013년엔 서해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지각의 단위 면적당 작용하는 힘인 응력이 동일본 지진의 충격으로 일시에 크게 높아졌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일본 지진이 없었다면 지진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응력이 50∼60년이나 걸려야 했지만 이젠 내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한반도 지진 역사와 최근 관측기록 등을 감안할 때 이번 경주 지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우리 정부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것은 1978년이다. 한국의 공식 지진 관측 역사가 40년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경주 지진은 공식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의미는 동일본 지진의 한반도 영향 내지 충격설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경주 지진을 포함해 최근 지진이 잇따르는 것은 한반도 여러 지역에서의 응력이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일부 학자는 최대 6.5, 저는 규모 7.0 전후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가 지진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제법 오래된 얘기다. 이번 지진은 큰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경주 지진의 진원이 양산단층이며, 이것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많다.

“지진파 분석을 통해서 추정한 단층의 방향과 여진 분포를 감안할 때 이번 경주 지진을 유발한 진원은 기존의 양산단층과 다른 새로운 단층인 것으로 보인다. 이 단층은 양산단층과 북북동-남남서로 엇갈려 70도 경사로 비스듬히 누워 있다. 폭은 7∼8㎞, 길이는 8∼10㎞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다. 이번 지진을 촉발한 게 양산단층이 아니라는 것은 다행이다. 길이 170㎞에 이르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으로 밝혀졌다면 원전 가동을 중단하고 견뎌낼 최대 지진 규모 등을 새로 계산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단층이 주위 지각에 미친 영향, 정확히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이번 지진으로 새롭게 쪼개진 단층인지 연구할 게 많다.”

-경주 지진이 규모가 5.8이나 됐는데도 피해가 크지 않은 이유는.

“한반도 같은 판 내 환경에서 진원의 깊이는 25㎞ 안쪽이다. 이번 진원은 지하 10㎞였지만 지진은 이 진원의 상하 5㎞만 쪼개고 멈췄다. 즉 지표 아래 5㎞ 정도는 쪼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약 지진이 지표면까지 쪼갰다면 경주는 단층 인근에 있고 인구도 적지 않은 만큼 큰 피해가 났을 것이다. 지표를 쪼개지 못하는 단층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동안 보은, 홍성 등에서 큰 지진이 났지만 지표 조사로는 활성단층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이유를 이번 경주 지진의 특성이 설명해 줄 가능성이 있다.”



-서울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 아닌가.

“역사를 보면 수도권 특히 한양(서울)에서 지진이 일어난 기록이 많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성벽이 무너졌다거나 용상이 흔들렸다, 지진으로 인마가 놀라고 집이 무너졌다는 등 피해 사례가 자주 나온다. 땅이 쪼개졌다는 것은 단층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파악된 수도권 인근의 대표적 단층은 추가령단층인데 이를 조사해 보면 조선시대에 활동했다는 흔적이 없다. 결국 조선왕조실록이 거짓이 아니라면 추가령단층 이외에 몇백년 전까지 활발히 활동한 다른 단층이 서울 지역에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경주 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표를 깨지 못한 단층이 존재할 수 있는데, 우리 정부가 지표에 드러난 단층만 찾다 보니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동일본 지진 뒤 일본은 전국의 활성단층을 파악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방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수도 도쿄 바로 아래에 거대한 활성단층을 발견했다. 수도권에 규모 7 이상 지진발생 확률이 30년 내 70% 정도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도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대도시 내진설계와 경보 체계를 더욱 강화했음은 물론이다. 일본 도쿄의 활성단층 존재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지진 관측과 대비는 어느 수준인가.

“해역이든 내륙이든 지진이 발생하면 진원의 위치, 단층의 유무, 지각구조의 특성 등 기본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기상청은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 지진이 났다는 것은 활성단층이 있다는 것인데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이 거의 없다. 국민안전처의 전신인 소방방재청 시절부터 활성단층 지도를 만들었지만 다른 사업의 곁다리처럼 취급됐고 예산 배분에서도 후순위로 밀렸다. 그러다 보니 매년 거의 변화가 없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은 국민안전처에 엄청난 권한을 줬다. 방재업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안전처에 지진 전문가가 1명도 없다. 이건 말이 안 된다. 큰 칼을 줬는데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른다. 부족하지만 그나마 기상청에 지진 전문 인력이 있는데 관측과 데이터 제공만 하게 돼 있다. 국민안전처와의 업무·역할 분장도 애매하고 실제 두 기관 간 갈등이 적지 않다. 국민안전처에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업무 분장을 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큰 지진이 났는데도 ‘범정부 조사위원회’가 조직되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 기상청, 국민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별로 따로 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에서 발생할 최대 지진 규모를 7.0 정도로 예측했다.

“2010년 1월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으로 31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지진 규모가 7.0이다. 규모 7이 결코 낮은 게 아니다. 한국은 아이티보다 훨씬 인구 밀집지다. 특히 지진 발생 가능성이 있는 지역 곳곳에 대도시가 있다. 이런 지역에서 7.0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사망자가 30만명을 훌쩍 넘길 수 있다. 그래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년 뒤일 수도 있지만 내일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 지진 가능성이 최근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큰 지진이 한 번 오면 끝 아닌가.”



-지진 연구는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게 지진계다. 땅의 움직임, 지진파 등 기본정보뿐 아니라 바람의 세기까지 담겨 아주 유용하다. 현장에 가서 지진계를 설치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게 기본이다. 지진계에 담긴 정보를 수학과 물리학을 이용해 규모와 방향, 진원, 단층의 규모 등을 계산해야 한다.”

■지진학 쓰임새 커졌다

지진학은 지진만 연구하지 않는다. 쓰임새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검시지진학(Forensic Seismology)을 들 수 있다.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핵 폭발을 포함한 각종 폭발 현상을 지진학 기술을 이용해 분석하는 학문이다.

북한에서 지하 핵 실험을 했을 때 지진파를 분석하면 가장 정확히 위치와 시간, 규모를 알아낼 수 있다.

2001년 미국 9·11테러 당시 테러범들이 납치한 비행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에 충돌했다. 당시 '사건의 재구성'과 건축물 표준 개정을 위해 비행기 하이재킹과 충돌시각, 충돌 뒤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데 걸린 시간, 또 몇 차례에 걸쳐 무너졌는지 등의 정보가 꼭 필요했다. 하지만 민간인들이 찍은 캠코더에 기록된 시각은 제각각이었다. 당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게 허드슨강 건너 컬럼비아대 부설 연구소에 설치된 지진계였다.

기후변화 연구에도 지진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진계에는 강한 바람과 돌풍 등이 잡음으로 고스란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람이 자주 갈 수 없는 오지의 태풍 궤적, 돌풍의 빈도, 북극 빙산의 충돌과 이동 등에 대한 정확하고 생생한 정보를 지진학은 전해준다.

홍태경 교수는 "선진국들은 땅의 흔들림을 기록한다는 게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서 "산업·기술 분야뿐 아니라 국방 등 안보 분야에서도 지진학의 쓰임새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홍태경 교수는△1997년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졸업 △2000년 서울대학교 석사(지구물리학 전공) △2003년 호주국립대학교 박사(지진학 전공) △2004∼06년 미 UC산타크루즈·컬럼비아대 박사후 연구원 △2006년∼현재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2009년∼현재 'Geosciences Journal' 편집위원 △2011년 미 지진학회지에 '한국군함 천안함 침몰의 지진 연구' 게재 △2012년∼현재 'The Scientific World Journal'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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