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레짐 체인지 기사의 사진
1908년 이란에서 중동 최초의 유전이 발견됐다. 이를 개발한 영국 석유회사가 40년간 수익의 84%를 가져갔다.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는 수탈당한 석유를 되찾자며 1953년 석유자원 국유화를 선언했다. 이권을 잃게 된 영국은 미국에 도움을 청했고, 미국은 반(反)서방 노선의 모사데크가 소련과 가까워질지 모른다는 판단을 내린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란 정권을 갈아치우는 작전, 오퍼레이션 에이잭스에 착수했다.

레짐 체인지(정권교체)의 목표는 모사데크를 축출해 팔레비 국왕에게 실권을 주는 것, 방법은 돈과 시위, 쿠데타였다. CIA는 먼저 정치인 장교 성직자에게 뇌물을 뿌려 반정부 세력을 형성했다. 팔레비를 설득해 8월 15일 모사데크를 해임하는 문서에 서명토록 했다. 언론에 알리는 작업까지 마쳤는데 역풍이 불었다. 모사데크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며칠 뒤 맞불시위를 일으켰다. 이슬람 성직자 베베하니를 통해 돈을 주고 시위대를 모았다(그렇게 뿌려진 CIA 돈을 ‘베베하니 달러’라고 부른다). 이들은 모사데크 지지 정파 중 하나였던 공산당원 행세를 하며 공산주의 혁명에 나선 것처럼 시위를 했다. 자본주의 냄새가 나는 상점을 부수고 다녔다. 정말 혁명이 일어난 줄 알았던 진짜 공산당원들이 가세했고, 정말 공산주의가 득세할까봐 더 많은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모사데크 퇴진을 외쳤다. 이 시점에 출동한 군부는 반정부 시위대를 등에 업고 8월 19일 오후 모든 정부 건물을 장악했다.

오퍼레이션 에이잭스는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첫 번째 외국 정권 교체 작전이었다. 2003년 이라크 후세인 정권 축출까지 15차례 시도해 대부분 성공했으니 레짐 체인지 노하우에서 미국만한 나라가 없을 것이다. 9차례는 직접 무력을 사용했고 6차례는 쿠데타를 조장하거나 반군을 지원했다. 콩고의 루뭄바 총리,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대통령 등이 CIA가 조종한 쿠데타로 실각했다.

에이잭스의 실체는 2013년 미국 정부 비밀문서가 해제되고서야 확인됐다. 레짐 체인지는 이렇게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질 만큼 은밀하게 하거나 파나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처럼 대놓고 전쟁을 해야 하는 일이다. 북한 정권 교체가 대북 전략이라면 국가정보원에 ‘오퍼레이션’을 지시하든지 군의 전투태세를 점검해야 할 듯한데, 국군의 날 연설에서 “남한으로 오라”고 말부터 꺼내는 건 무슨 작전인가 싶다. 글=태원준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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